美 '중남미 캐러밴' 망명 사실상 차단…"제3국에 먼저 신청하라"(종합)
과테말라·멕시코 단순경유 이민행렬 봉쇄…시민단체 "現 이민법 위반" 소송 예고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 등을 단순 경유해 미국으로 오는 중미 이민자들의 미국 망명을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미 언론들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 3개국으로 대표되는 중미 이민자 행렬(캐러밴)들이 경유하는 국가에 망명신청을 하도록 함으로써 무작정 육로로 미국 남부 국경에 와서 입국하려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미 법무부와 국토안보부는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중미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을 대폭 제한하는 새로운 규정(IFR)을 발표했다.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은 성명에서 "미국은 관대한 국가이지만, 남쪽 국경의 수십만 명 외국인을 체포하고 처리하는 부담으로 완전히 압도당한 상태"라며 "새로운 규정이 시행되면, 미국에 입국하기 위해 망명 시스템을 이용하려는 이들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빈 매컬리넌 국토안보부 장관대행도 "미국으로의 이민을 촉발하는 중요한 요인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미 이민자들이 경유하는 '제3국'에 망명을 신청하지 않고 곧장 미국으로 입국하려는 것을 막겠다는 게 핵심이다.
통상 온두라스·엘살바도르 이민자들은 과테말라와 멕시코를 차례로 거쳐, 과테말라 이민자들은 멕시코를 거쳐 각각 미국 남부 국경에 도착하게 된다.
과테말라는 캐러밴의 주요 출신지이면서 동시에 온두라스·엘살바도르 이민자들의 첫 경유지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온두라스·엘살바도르 이민자들은 과테말라 또는 멕시코에, 과테말라 이민자들은 멕시코에 먼저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라는 뜻이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민자가 최소 1개국에 망명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는 증빙이 있으면, 미국 남부 국경에서 미국에 망명을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에는 멕시코와 과테말라에 대해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을 받아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이와 관련, 과테말라 지미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민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려던 계획을 연기하면서 "현재로서는 망명 신청자들을 위한 제3국 협정에 서명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미국에 체류하는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에 대해서도 한층 강화된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새 규정은 관보에 게재되는 16일부터 효력이 생긴다.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해서는 예외가 적용된다.
CNN방송은 "미국의 망명 시스템을 강화하는 이번 규정이 시행되면 멕시코 국경을 통한 이민자 유입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법정 공방도 예상된다. 현행 법률은 난민이 어떤 방식으로 미국에 도착하든 망명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이번 조치는 미국 국내법과 국제법에 모두 저촉하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곧바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