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중국, 상하이협력기구 동원해 미국에 '경고'
왕이 "중국 입장 지지 받아…美 극한 압력시 끝까지 맞설것"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이 자신들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0)까지 동원해 강력한 대미 경고음을 내며 반격을 강화하고 있다.
23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SCO는 22일(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회원국 외무장관 정례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를 비난하는 내용의 공보를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비롯해 러시아, 인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의 외교 장관이 참석했다.
왕이 국무위원을 필두로 회원국 장관들은 국제법에 기초해 상호 존중하며 다자주의와 평등, 협력에 주력하기로 했다면서 국제 관계는 인류운명 공동체 형성이 중요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인류운명 공동체와 일대일로 구상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대외 확장 정책이라는 점에서 SCO가 미·중 갈등에 사실상 중국의 우군을 자처한 셈이다.
이들 외교장관은 내정 간섭을 하지 않고 무력이 아닌 평화적 분쟁 해결이 필요하다면서, 세계무역기구(WTO)가 국제 무역 의제 관리에 중요한 플랫폼이라는 데 동의하고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한다고 미국을 정조준했다.
이어 개방형 세계 경제 구축을 위해 포용, 비차별을 규칙으로 하는 무역 체제 구축에 긴밀히 협조하기로 했다.
SCO는 2001년 6월 중국과 러시아의 주도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해 출범했고 인도와 파키스탄이 추가돼 회원국이 8개국으로 늘었다.
이로써 SCO는 전세계 인구의 44%에 달하는 인구 31억명의 거대 지역협의체가 됐고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에서 25%로 늘어났다. 핵보유국만도 4개국에 이른다.
한편, 왕이 국무위원은 이번 회의에서 미·중 무역 마찰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지지와 이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왕 국무위원은 "각국 외교장관에게 관련 상황을 설명했다"면서 "미·중 경제무역 마찰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관련해 외교장관들로부터 이해와 지지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의 합리적인 우려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극한의 압박을 가해 협상이 좌절됐다"면서 "중국 측이 한 행동은 정당한 권익을 지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제 관계 준칙을 지키고 자유 무역 체제를 수호하는 것이라고 외교장관들에게 강조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중국 측의 설명은 외교장관들의 폭넓은 이해와 지지를 받았고 이번에 발표된 SCO 공보에도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고 강조했다.
왕이 국무위원은 "미국이 중미 무역 협상을 불평등의 기초에서 하려 한다면 중국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어떠한 불평등한 협상도 성립될 수 없고 동의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평등한 협상을 원한다면 중국 측의 문은 열려있다"면서 "미국 측이 극한 압박을 선택하면 중국은 결연히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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