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세계경기 급격히 둔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견해가 다수"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앞으로 글로벌 경기 성장세가 완만하게 둔화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견해가 다수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향후 글로벌 경기의 급격한 둔화를 우려하는 견해가 있다"면서도 "논의·평가를 종합해 보면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다수"라고 밝혔다.
1990년대 이후 글로벌 경기 수축기 중에서 아시아 외환위기, 닷컴버블,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세계 경기가 급격히 나빠졌다.
당시에는 대내외 부채가 누적됐고 자산가격에 거품이 낀 상태라 경기둔화 폭이 컸다.
이에 부채 누적과 정책 대응 여력 제한을 근거로 향후 글로벌 경기가 크게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쪽이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민간신용비율이 2008년 9월 말 139%에서 2018년 9월 말 151%까지 높아지는 등 부채 총량이 불어났다. 특히 주요국의 기업부채, 신흥국의 대외채무가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주가와 주택가격 등 자산가격 버블 가능성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경기 침체로 이어질 배경으로 꼽혔다.
또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대응 여력이 과거에 비해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며 재정 여력이 줄어든 점도 위험 요인이다.
한은은 다만 세계 경제 성장세가 완만하게 둔화하는 것에 그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라고 밝혔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성장세가 낮아지겠지만, 고용이 양호하고 소득여건이 좋아져 성장세가 급격히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최근 들어서는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종전보다 완화적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근거다.
부채 문제, 글로벌 무역분쟁 등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측면도 언급됐다.
한은은 또 지난 3월 주요국의 장단기금리 차가 일시적으로 역전됐을 때 시장 참가자들이 과민하게 반응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밝혔다. 당시 장단기금리 역전이 경기 침체의 신호라는 해석이 나왔었다.
회사채 신용스프레드 등을 통해 추정한 미국의 경기 침체 확률은 과거 경기 수축국면 직전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여건 변화와 경기 국면에 미칠 영향 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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