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블랙 스완'을 피하는 법…"행동과 책임의 균형"
나심 탈레브 '스킨 인 더 게임' 출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이라크나 리비아의 독재자를 축출하고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른바 '간섭주의자'들은 어떤 부정적인 결과가 나와도 개의치 않는다.
판단 착오로 큰 혼란이 오고 무고한 사람들이 생명을 잃어도 그들 대부분은 미국 교외 멋진 집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며 안락한 삶을 이어간다.
굳이 국제 정세와 간섭주의자까지 거론할 것도 없다. 고수익을 자신하며 은혜를 베풀듯 투자 정보를 흘리는 전문가들은 자신이 추천한 주식과 부동산을 실제로 샀을까.
세상에는 그럴듯한 근거와 구호를 대며 자기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 이들이 넘쳐난다.
저서 '블랙 스완'에서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명성을 얻은 나심 탈레브 뉴욕대 교수는 신간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비즈니스북스 펴냄)에서 이익만 챙기고 손실은 회피하는 전문가와 가짜 지식인, 권력자들의 무책임이 제2의 블랙 스완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서는 타인을 미혹시키고 말 그대로 정신 나간 소리만 해 대는 식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책임을 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통렬히 비판한다.
블랙 스완, 즉 검은 백조는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예상치 못한 큰 사건을 뜻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부도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다.
이번 책은 탈레브 교수가 '블랙 스완'을 시작으로 25년간 불확실성 가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에 관해 쓴 '인세르토' 시리즈의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편이다.
이번에 제시하는 키워드는 제목 그대로 '스킨 인 더 게임'이다. 자신이 책임을 떠안고 직접 현실에 참여하라는 뜻으로, 선택이 낳은 결과를 책임지는 '행동과 책임의 균형'을 강조한다.
큰 판돈을 걸고 게임에 임하면 절대로 자만할 수 없다. 자신의 핵심 이익이 걸려 있는 사람이 직접 그 일에 관여해야 하는 이유다.
제빵사, 구두 수선공, 택시 운전사, 주차원, 회계사, 치위생사 등등 우리 주변 대다수 사람은 자신의 잘못된 판단이나 실수에 상응하는 책임을 진다.
그러나 정작 매우 중차대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판단을 하면서도 그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부류가 존재한다.
그들은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내린 잘못된 선택의 파급력은 막대하다.
이 책은 정치, 경제, 법, 종교, 역사, 신화, 과학 등을 넘나들며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이 어떤 일에 관여하고 의사결정을 내렸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보여준다.
결국 지방화, 분권화처럼 책임이 면제된 의사결정자의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책임' 만큼 '균형'에도 방점이 찍힌다.
검은 백조는 세상에 존재하는 불균형이 축적되다 보면 어느 순간 출연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개인과 집단 간의 괴리를 비롯해 말과 실제 행동 사이의 괴리, 현실과 이론 사이의 괴리를 비롯한 수많은 괴리가 존재한다.
저자는 문명화가 진행될수록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괴리 현상도 심화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우리 사회가 행동과 책임의 균형을 추구하지 못한다면 괴리 문제들은 계속 심화하고, 그에 따른 악영향 역시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메시지가 너무 철학적이고 도덕적이라는 느낌도 들만하다.
그러나 저자는 현실과 맞닿은 날카로운 통찰과 폭넓고 새로운 시선으로 이 상식적인 해법에 설득력을 불어넣는다.
금융공학 박사인 저자는 20여년간 월스트리트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 위기관리 전문가로 일하다 확률 이론을 통해 철학, 수학, 그리고 세상의 문제들을 해석하기 시작했다.
2007년 철학 에세이스트로 전향했으며, 25년간 집필한 '인세르토' 시리즈는 세계 36개국에 출간돼 밀리언셀러가 됐다.
그가 청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귀담아 들을만하다.
거시적 통계나 추상적인 범지구적 목표를 추구하거나 자선단체를 설립하기보다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라고 그는 조언한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사업을 하라. 부자가 될 필요까지는 없지만 어쨌든 돈을 벌고, 그렇게 번 돈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라.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사람은 도전하는 사람이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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