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투자 부진에 '정책 약발'도 한계…해외발 '순풍' 기대
추경 성장효과 0.1%p↑로 제한적…금리 낮춰도 투자심리 회복은 '글쎄'
반도체경기·불확실성 해소가 관건…이주열 "美·中 경제, 예상보다 호전"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이지헌 정수연 기자 = 1분기 뒷걸음질한 한국 경제가 성장력을 회복하려면 정책적 노력 이외에도 해외에서 불어오는 '경제 순풍'의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정투입과 통화완화 정책이 실행된다 하더라도 수출을 늘리고 기업의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8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0.3% 성장한 데는 정부지출 부족보다는 수출과 투자가 함께 부진한 게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전분기와 비교해 수출은 2.6%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10.8%나 급감했다. 설비투자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다.
건설투자도 0.1% 줄었다.
이주열 총재가 지난 26일 시중은행장과 한 금융협의회에서 "경제성장의 엔진인 기업투자에 실질적으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 것은 민간의 투자 회복 없이는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더라도 정부 부문의 기여도만으론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월 국회 통과를 전제로 하면 (6조7천억원대 추경이) 성장률을 0.1%포인트(p)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역성장한 경제를 견인하기엔 부족한 효과지만, 이마저도 정치권의 극한 대치로 추경안의 순조로운 통과를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가계부채를 늘게 하거나 주택시장을 자극하는 등의 부작용을 무릅쓰고 통화완화 정책을 편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회복될지도 미지수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10억원 초과 저축성예금의 계좌 수는 작년 말 기준 6만7천개로 전년보다 5천개 늘었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보단 경영 위기 등에 대비해 유동성을 미리 확보해둔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때문에 투자를 못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가 과감한 규제개혁과 세제지원 정책을 펼친다 하더라도 결국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수출과 기업투자가 의미 있는 반등을 보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 경기사이클 하강과 미·중 무역갈등, 신흥국 성장세 약화 등이 수출과 기업투자의 발목은 잡는 대표적인 대외 불확실성 요인이다.
최근 산업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종 전문가들은 올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이 상반기까지 감소세가 이어지다 하반기에는 감소 폭이 줄어들면서 부진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경기 반등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등 회복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반도체 사이클이 회복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로 수요가 크게 회복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여건에서는 반도체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26일 발표된 미국의 1분기 실질 GDP가 연율로 3.2% 성장해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돈 것은 수출 회복과 투자심리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희소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중 정상회담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무역 분쟁이 급진전을 보일 여지도 있다.
이주열 총재도 26일 금융협의회에서 "올해 초 부진한 출발을 보였던 미국과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는 호전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언급해 세계 경제 반등에 낙관적인 기대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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