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체감경기 급반등…대내외 리스크에 비관론 '우세'
상의 2분기 경기전망지수 20포인트↑, 4분기만에 상승 전환
중후장대 '흐림'·경박단소 '맑음'…기업 82% "투자 보수적으로"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국내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 전망이 비교적 큰 폭으로 개선됐으나 여전히 비관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장품, 제약 등 이른바 '경박단소' 업종은 대체로 경기 전망이 낙관적이나 우리 산업의 주력인 자동차, 철강 등 '중후장대' 업종은 부정적인 전망이 팽배한 것으로 조사돼 대조를 이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2천2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19년 2분기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87을 기록, 전분기보다 무려 20포인트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BSI가 100을 넘으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보다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큰 폭의 상승에도 여전히 향후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강하다는 의미로 미국·유럽연합(EU)의 경기둔화 가능성과 신흥국 및 중동지역의 경제 불안, 노동환경 변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제조업 BSI는 지난해 2분기 97을 기록하며 기준치에 접근했으나 이후 3분기 연속 하강곡선을 그리며 올 1분기에는 67까지 주저앉은 뒤 이번 조사에서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상의는 "신규 수주가 본격화하고 최근 미중 무역협상 진전 기대감에 따라 내수(64→84)와 수출(80→100) 부문의 체감경기가 모두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 베네수엘라와 터키를 비롯한 신흥국 불안, 저유가로 인한 오일머니 고갈 등 통제가 어려운 대외리스크는 여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업종별로는 최근 한류 상품에 대한 수요 증가에 힘입어 화장품(135), 제약(118), 의료정밀(102) 등이 기준치를 웃돌았다.
반면 주력 제조업인 자동차·부품(78)과 철강(82), 전기장비(82), 정유·석화(83), 기계(87) 부문은 비관적인 전망이 이어졌다. 다만 조선·부품(107) 산업은 최근 신규 수주량과 선박 인도량이 증가세를 보이며 낙관론이 우세했다.
지역별로는 자동차·철강이 밀집한 전북(59)과 대구(65)의 부진이 두드러진 가운데 최근 관광과 식료품 수출에서 호조세를 보이는 강원(112)은 전망이 가장 밝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조사대상 업체의 80.8%는 '현재의 투자 여건이 어렵다'고 답했으며, 2분기 투자 계획에 대해서도 82.3%가 '보수적'이라고 밝혔다. 이유로는 '경기 불확실성 증대'(69%)와 '고용·노동 환경의 변화'(27.7%)를 주로 꼽았다.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정부 전망치(2.6∼2.7%)를 하회할 것'이라고 밝힌 기업이 전체의 45.5%로, '전망치 수준은 달성할 것'(44.8%)이라는 응답률을 소폭 웃돌았다.
우리 경제·산업의 중장기 발전을 위해 해결이 시급한 문제에 대해서는 '고용·노동의 선진화'라는 응답이 44.1%(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혁신 기반 재구축'(42.1%)과 '서비스산업 발전'(24.0%) 등이 뒤를 이었다.
상의 자문위원인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우리 경제는 재정·외환 건전성과 국가신용도 등 펀더멘털은 견고하지만 반면 경기 불안감 고조로 수출·투자가 부진한 모습"이라면서 "고용·노동, 서비스·신산업 부문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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