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사건 공판 내주 재개…재판 진행 속도 낼까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동남아 출신 여성들에 대한 재판이 내주 재개된다.
8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베트남 국적 피고인 도안 티 흐엉(31·여)은 오는 11일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처음으로 증언대에 설 예정이다.
흐엉은 인도네시아 국적자 시티 아이샤(27·여)와 함께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흐엉의 변호사인 살림 바시르는 최근 AFP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흐엉은 건강상태가 양호하며 자신감을 유지하고 있다. 흐엉은 증언대에 설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피고인들이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아 살해 도구로 이용됐을 뿐이라면서 "흐엉은 살인할 의사가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로이터 제공]
경찰에 붙들린 흐엉과 시티는 불쾌한 냄새가 나는 기름 같은 느낌의 물질을 얼굴에 바르는 장난인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말레이 검찰은 김정남을 살해할 당시 두 여성이 보인 모습이 '무고한 희생양'이란 본인들의 주장과 거리가 있다면서, 독극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초 샤알람 고등법원은 작년 상반기 내에 판결할 것으로 여겨졌으나, 거듭 재판 진행이 지연된 탓에 판결은 일러야 올해 하반기에나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부는 작년 8월 두 사람과 북한인 용의자들 간에 김정남을 "조직적으로" 살해하기 위한 "잘 짜인 음모"가 있던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면서 자기 변론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현지에선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무죄 주장이 받아들여지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말레이시아 형법은 고의적 살인의 경우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말레이시아 정부가 최근 사형제 폐지 방침을 세운 만큼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이들을 실제로 교수형에 처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시티와 흐엉에게 VX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리재남(59), 리지현(35), 홍송학(36), 오종길(57)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북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란 이름의 자국민이 단순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리재남 등 4명은 그가 숨진 시점에 우연히 같은 공항에 있었을 뿐이란 입장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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