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웜비어 나중에 알았다" 트럼프 발언에 美여야 '발끈'
"왜 자국민보다 독재자를 옹호하는가" 비판·의구심 쏟아져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 직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과 관련, "나중에 알았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해명을 그대로 수용했다가 야당은 물론 여당으로부터도 거센 반발을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웜비어 사건과 관련, "김 위원장이 사건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믿겠다"며 "워낙 큰 국가이고 많은 사람이 감옥, 수용소에 있다 보니 일일이 모른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인물에 대해 몰랐다"고 전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발끈해 비판적 발언을 쏟아냈다.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은 물론 알고 있었다. 이 뻔한 거짓말을 믿는 사람은 미국 대통령밖에 없다"고 비난했고,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혐오스럽다"고 잘라 말했다.
같은 당의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은 "김정은에게 미국인을 고문하고 살해할 수 있는 '자유권(free pass)'을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과 같은 '깡패들(thugs)'을 믿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고 비꼬았고, 팀 케인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왜 자국민보다 독재자를 계속 옹호하는가"라고 의아함을 나타냈다.
공화당 의원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다.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비핵화를 위한 대통령의 노력은 지지한다"면서도 자신은 김정은이 어떤 지도자인지에 대해 잘못 판단하고 있지는 않다고 비판했다.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은 "김정은이 (몰랐다는) 그 발언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았는지 알 수 없다"며 "개인적으로 그 발언은 극히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미국인들은 북한 정권이 오토 웜비어에게 행한 잔혹성을 알고 있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웜비어의 고향인 신시내티 출신의 롭 포트먼 상원의원은 5분 동안 원내 발언을 통해 김정은 정권의 잔혹성과 용서할 수 없는 대우를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웜비어는 2016년 1월 관광차 방문한 북한에서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같은 해 3월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17개월간 억류됐다가 지난 2017년 6월 13일 석방됐지만,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가 엿새 만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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