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여당, 지방조직에 '개헌 붐업' 주문…"선거에 불리" 당혹
개헌 논의 저조하자 지역조직 통한 '개헌 띄우기' 나서
개헌 내세웠다 1차 아베정권 몰락했던 2007년 상황 되풀이 '우려'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여당 자민당이 지역조직에 '개헌 띄우기'에 나설 것을 지시하고 나섰다.
4월 통일지방선거와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개헌을 이슈화하겠다는 의도지만, 개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적은 상황에서 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부담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10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자민당 본부는 전날 지방 지부의 개헌 추진 담당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헌법개정추진본부장회의'를 개최하고 통일지방선거와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논의를 활성화하라고 지시했다.
자민당 본부는 개헌을 이슈로 만들어 선거에서 승리한 뒤 이를 명분으로 개헌안 발의와 국민투표 실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배경에는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개헌안 발의에 성공하더라도 지금처럼 개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저조한 상황이 이어지면 개헌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도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자민당은 연일 개헌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지만, 개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좀처럼 커지지 않고 있다.
작년 12월 마이니치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국회가 개헌안 발의를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22%)고 답한 응답자보다 '그렇지 않다'(66%)고 말한 응답자가 3배나 많았다.
자민당 본부의 이번 지시에 대해 지방에서는 선거에서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날 회의의 한 참석자는 교도통신에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어필하는 것은 무리다"고 말했고 또다른 참석자는 "지방에서는 개헌에 대한 관심이 특히 낮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민당 내에서는 지난 2007년 제1차 아베정권이 개헌을 전면으로 내세워 치른 통일지방선거에서 참패를 했던 상황이 올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당시 선거에서 자민당은 선거대상 지역의 의석수가 64석에서 37석으로 줄어드는 패배를 당했고, 제1야당이던 민주당은 32석에서 60석으로 대약진을 했다. 아베 총리는 이후 건강 악화를 이후로 퇴진했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자위대의 존재 근거를 명기한 개헌안으로 전후 첫 개헌을 성사시킨 뒤 '평화헌법' 조항인 헌법 9조(전력과 교전권 보유 금지)를 고치는 '2단계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시키겠다는 야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개헌 드라이브가 개헌 논의의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한 채 오히려 개헌에 대한 '경계론'만 키우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는 지난달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에 대해 간략하게만 언급하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전국헌법개정추진본부장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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