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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에 키스·흑인 직원 인종차별…민낯 드러낸 英 재계 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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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에 키스·흑인 직원 인종차별…민낯 드러낸 英 재계 거물
'비밀유지각서'로 입막음 시도…텔레그래프 취재로 결국 드러나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의류브랜드인 톱숍(Topshop)과 미스 셀프리지(Miss Selfridge) 등을 보유한 대형 유통 기업 아카디아 그룹(Acadia Group) 필립 그린 회장의 성희롱과 인종차별적 행위가 공개됐다.
앞서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해 그린 회장이 여러 명의 직원에게 성희롱과 인종차별을 했고, 이들의 입을 막기 위해 돈을 주고 '비밀유지각서'(Non-disclosure agrrement·NDAs)를 맺었다는 사실을 취재했다.
이를 알게 된 그린 회장은 텔레그래프의 언론 보도를 막아달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실명을 공개 보도해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결국 텔레그래프는 지난해 10월 익명으로 '재계 유력 인사'의 비위를 보도했다.
영국 사회에서 '재계 유력 인사'가 누구인지에 관해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피터 헤인 상원의원은 '면책특권'을 활용해 상원에서 그린 회장이 당사자라고 밝혔다.
그린 회장은 이미 실명이 공개된 상황에서 소송을 계속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최근 이를 철회했고, 텔레그래프는 8일(현지시간) 그린 회장의 실명과 함께 그의 성희롱 및 인종차별 행위를 상세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린 회장은 한 여직원에게 키스하고 손으로 몸을 더듬는가 하면, 그녀에게 "외설적"이라고 말했다.
이 여직원이 반발하자 그린 회장은 '비밀유지각서'를 맺고 100만 파운드(한화 약 14억5천만원) 이상을 건넸다.
그린 회장은 또 다른 여직원을 성희롱하고 얼굴을 손으로 만지는 등의 행위를 했다가 역시 수십만 파운드를 주고 입을 막았다.
한 흑인 간부에게는 그의 레게머리를 조롱하는가 하면, "정글에서 창을 던져라"는 등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가 100만 파운드 이상에 '비밀유지각서'를 맺었다.
또 다른 남성과 여성 직원도 역시 그린 회장에게 괴롭힘이나 희롱을 당했지만, 돈을 받고 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밖에 3년 전 아카디아 그룹 본사를 방문한 중국인 사업가에게 그린 회장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칭총(Ching Chong) 찰리?"라고 말했다.
'칭총'은 서구인들이 중국인 등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인종차별적 단어다.
그린 회장은 또 아시아 직원을 음식 이름인 '바지'나 '커리' 등으로 부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린 회장은 그러나 여전히 자신이 성추행이나 인종차별을 포함한 위법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린 회장은 "절대적으로 어떠한 불법이나 성추행도 부인한다"면서 "인종차별적 행위 주장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린 회장의 법률 대리인은 "아주 열정적인 기업인으로서 때때로 지나치게 활기가 넘치거나 성급한 모습이 직원들에게 공격적인 모습으로 여겨졌을 수는 있다"면서도 "그린 회장의 행동에는 어떠한 위법행위도 없다"고 주장했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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