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아르헨티나 주교 성추문 의혹 4년 전 이미 알았다"
아르헨 성직자 AP 인터뷰서 주장…"최근 제기된 것" 바티칸 발표 반박
AP "프란치스코 교황이 측근 비위 눈감아준 것 아니냐 의문 제기"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바티칸 교황청 핵심 인사인 아르헨티나 출신 구스타보 오스카 산체타(54) 주교의 성추문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교황청이 관련 의혹을 이미 2015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체타 주교가 아르헨티나 북서부 오란 지역 교구의 주교로 재직할 당시 총대리를 지낸 후안 호세 만사노 신부는 20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는 산체타 주교를 둘러싼 의혹이 작년 말 처음 제기됐다는 바티칸의 공식 발표와 상반된 것이어서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만사노 신부의 말에 따르면 그를 포함한 오란 교구의 신부들은 2015년 산체타 주교가 나체 상태로 찍은, 외설적인 휴대전화 '셀카 사진' 등을 바티칸 교황청에 보냈다.
그 후 산체타 주교는 바티칸에 소환됐다가 곧 아르헨티나로 되돌아왔다. 문제의 사진들이 어떻게 바티칸에 보내졌는지 등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산체타 주교는 자신의 휴대전화가 해킹당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을 정당화했다고 한다.
2017년에도 오란 교구 고위 성직자와 신학대학 신부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 소재 바티칸 대사관을 통해 산체타 주교의 직권 남용과 신학대학생들에 대한 성적 학대 등 비행을 고발했다고 만사노 신부는 전했다.
산체타 주교는 바티칸에 재소환됐고 복귀 직후인 그해 7월 건강 문제로 치료가 필요하다면서 사직을 발표했다. 교황청도 그의 사임을 수락했다.
하지만 산체타 주교는 2개월 뒤 교황청의 부동산과 재정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에 임명돼 화려하게 바티칸에 복귀했다.
만사노 신부의 이러한 주장은 산체타 주교의 성 추문 의혹이 비교적 최근에 불거졌다는 교황청 발표를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이자, 교황청이 그의 비행을 보고받고도 오히려 고위직에 기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티칸은 이달 3일 성명을 통해 "성 추문 의혹이 2018년 말 처음 제기됐다"고 밝힌 바 있다.
바티칸은 이 성명에서 "산체타 주교의 사임 당시 그의 권위주의적 행위에 대한 고발은 있었지만, 성적 학대와 관련된 것은 없었다"고 했다.
산체타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교황에 즉위한 뒤 처음 임명한 아르헨티나 주교 가운데 하나다.
이와 관련해 AP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측근 비위를 눈감아 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바티칸이 성직자들의 성 추문과 비위 의혹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가톨릭교회가 총체적인 신뢰 위기에 봉착한 데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AP는 지적했다.
다만 만사노 신부는 이를 부인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도 산체타 주교가 행한 교묘한 처신의 피해자라고 두둔했다.
그는 AP와의 인터뷰에서 바티칸이 산체타 주교의 추문을 숨기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작년에 미국·호주·칠레·독일·네덜란드 등의 성직자들이 과거에 아동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력 사건들이 잇달아 드러나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바티칸은 내달 21∼24일 전 세계 주교회 의장 회의에서 관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산체타 주교는 현재 보직해임된 상태로 관련 의혹에 대한 바티칸의 조사를 받고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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