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철의 장막' 붕괴 후 30년만에 첫 총파업 사태 맞나
연장근로 허용 확대 반발 커져…노동계, 총파업 카드 고려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연장근로 시간 확대로 촉발된 헝가리 노동계의 반정부 투쟁이 총파업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현지시간) 전했다.
헝가리 노동계가 연장근로 확대에 맞서 총파업에 나선다면 1989년 '철의 장막' 붕괴 후 첫 총파업이 된다.
지난 주말 부다페스트에는 1만여명의 노동자가 집회에 참여해 정부에 노동법 개정 철회를 촉구했다.
지난달 12일 연간 연장근로 허용 시간을 250시간에서 400시간으로 늘린 노동법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한 뒤 연말연시 연휴를 제외하고 매주 주말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는 주말 집회를 조직하면서 산하 노조와 파업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옛 소련 붕괴 이후 노조 영향력이 쇠퇴한 다른 동유럽 국가들처럼 헝가리의 노조 가입률도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최근 총파업 논의는 노조의 힘이 다시 커지는 신호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작년 4월 총선에서 여당 피데스가 3분의 2 의석을 차지하면서 3연임에 성공한 뒤 우파 민족주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80%가 넘게 반대한 연장근로 시간 확대를 연말 의회에서 일사천리로 밀어붙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뤄졌다.
노동계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올해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헝가리 여당이 생채기를 입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전기산업 노조를 이끄는 일로나 포르고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연장근로 확대는 가족을 해체하게 될 것"이라면서 "노동계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할 수 있지만 우리는 가족 해체에 반대하는 대중을 조직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헝가리는 최근 13년 동안 가파른 경제 성장세를 보였고 3년간 임금은 3분의 1이 올랐다. 실업률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이런 경제 호황의 배경이 반이민 정책에 따른 노동력 부족 때문이지 실질적인 경제 체질이 좋아진 것은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노동계는 EU 최저 수준인 임금을 인상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타릭의 엔드레 시크는 "시위를 조직한 리더들이 변화를 가져올 수 없을 때 시위는 피로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노조가 이 문제를 극복하고 올해 선거에 여론의 분노를 결집할 수 있을지가 큰 변수다"라고 분석했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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