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에 엎드린 전주시 행정…관용차 내주고 사고까지 뒤집어써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전북 전주시의 기초의원이 봉사활동을 위해 시 산하 주민센터로부터 관용차와 공익근무요원을 지원받았고, 그 와중에 관용차로 교통사고를 내자 해당 주민센터가 공무 중 사고로 처리해 보험료를 지급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러나 이 주민센터 공무원들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용차는 말 그대로 공무 용도여서 시의원이 사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
4일 전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9일 시의회의 A의원은 설을 앞두고 협력단체에서 받은 위문품을 경로당에 전달할 목적으로 자신의 지역구 주민센터에 관용차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해당 주민센터는 출장 등 공무에만 사용하는 관용차 키를 A의원에게 내줬다. 관용차를 빌리는 절차인 차량 대장 등록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센터는 근무 중인 공익근무요원을 함께 데려가겠다는 A의원의 요구도 별다른 항의 없이 받아들였다.
주민센터의 한 공무원은 "A의원이 위문품을 돌리는데 관용차량과 공익요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지원해줬다"며 "차량 대장 등록 여부는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주민센터의 '아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의원은 위문품을 돌리다가 관용차로 다른 차량 2대를 들이받았다. 그러자 주민센터는 공무 중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보험사를 속여 파손된 관용차를 고쳤다.
뒤늦게 이런 사실이 드러나면서 보험 청구를 대신했던 공무원은 사기 혐의로 입건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주민센터를 관할하는 구청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관용차량은 해당 기관 소속 공무원과 부서장이 미리 승인해 등록한 사람만 빌려 탈 수 있다"며 "(A의원 사건의 경우) 주민센터에서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시 안팎에서는 지방의회 의원이 예산과 사업 의결 등 행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온다.
신환철 전북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경우도 그렇지만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은 권한을 남용해 행정으로부터 각종 편의를 받는 일이 잦다"며 "공무원 입장에서는 예산 삭감이나 사업 추진 권한 등이 있는 지방의회 의원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A의원은 "먼저 봉사활동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할 따름"이라면서도 "공익요원은 지원받은 게 아니라 원래 봉사에 같이 가기로 예정돼 있었고, 보험금 청구도 공무원이 대신 한 사실을 뒤늦게 알아서 다시 사고를 낸 내가 수리비를 부담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ja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