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제일병원, 입원실 폐쇄 이어 의사 월급도 못 줬다
"매각 협상 막바지…병원 내부선 '감내하자' 의지 강해"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서울 중구 여성전문병원 제일병원이 경영난으로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일반 직원에 이어 의료진의 월급마저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원 55년 만에 폐원 위기가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에 병원 측은 조만간 매각 협상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제일병원은 지난달 25일 간호사를 비롯한 일반 행정직원 급여를 지급하지 못한 데 이어 이달 15일에는 의사들에게도 월급을 지급하지 못했다. 제일병원에 따르면 일반 직원은 25일, 의료진은 15일에 급여를 받는다.
올해 들어 제일병원은 직군별로 급여 20~40%가량을 삭감한 채로 운영해왔으며, 이번에는 급여 지급을 전면 보류한 것이다.
제일병원은 저출산 여파에 오랜 기간 경영난에 시달려왔다. 제일병원의 분만 건수는 2014년 5천490건, 2015년 5천294건, 2016년 4천496건으로 매년 줄고 있다.
위기가 가시화된 건 올해 5월부터다. 병원측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임금 일부를 삭감하자 노조는 6월 초 전면 파업에 돌입했고, 이 과정에서 간호사들이 대거 휴직하거나 사직했다. 6월에 취임한 신임 병원장마저 한 달도 채우지 못한 채 사퇴했다. 병원장은 여전히 공석이다. 현재는 매물로 나온 채 인수협상자 2곳과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사 절반 이상이 빠져나간 데 따라 정상적인 병원 운영도 어려운 상태다. 이미 입원실과 분만실이 폐쇄돼 외래진료만 하고 있다. 기존에 제일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임신부들에게도 '전원'(병원을 옮기는 것)을 권하고 있다.
제일병원은 현재 매각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랜 기간 급여가 삭감된 데다 이제는 아예 미지급되면서 병원 안팎에서 조속히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게 병원측 전언이다.
의사들의 이탈률이 높지 않은 만큼 매각 협상이 무사히 마무리되면 진료 정상화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나온다. 제일병원에 따르면 전문의 수는 올해 3월 83명에서 지난달 말 78명으로 줄었다.
제일병원 관계자는 "머지않은 시기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임금 미지급 등의 문제 역시 병원 내부에서는 반발하기보다는 좀 더 감내하고 지켜보자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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