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프랑스, 브렉시트 합의안 "재협상은 없다"
영국선 합의안 반발 거세 의회 승인 불확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유럽연합(EU)을 사실상 이끄는 독일과 프랑스가 영국과 합의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협상 합의안에 대해 재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고 있다.
영국에서 재협상 요구가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둔 태도인 것으로 관측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585쪽짜리 합의문 초안이 "내각의 공동 결정(collective decision)으로 지지를 얻었다고 발표한 후 합의안에 반대한 각료 일부가 줄사퇴하고 야권은 물론 집권 보수당 내 하드 브렉시트파 진영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합의안의 영국 의회 승인 여부가 '시계 제로' 상태로 빠져들었다.
메이 총리는 내년 3월 29일 EU를 떠날 때 영국이 바라는 최상의 협상 결과라면서 이 합의안이 아니면 대안은 '노 딜 브렉시트'이거나 EU를 떠나지 않는 것이라며 합의안 승인을 의회에 역설했다.
하지만 합의안이 의회 승인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 경우 영국에서 조건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재협상 요구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 합의 초안 부결은 총리 교체 또는 조기 총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영국 일부 각료의 사퇴 소식이 전해진 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합의안 수정을 위한 재협상에 응할 용의가 없다고 말했다고 영국 BBC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영국과 EU 27개국이 합의한 문서가 테이블에 있다. 지금으로선 우리가 추가로 협상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탈퇴조건에 관한 협정 없이 EU를 떠날지 모르는 상황은 여전히 가능하다고도 했다.
프랑스의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영국의 현 정치적 상황이 합의안 승인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기름을 부을 수 있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BBC는 필리프 총리가 노 딜 브렉시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면서 영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놓고 메르켈 총리가 느끼는 정서를 반복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필리프 총리는 EU와 영국이 합의에 최종 도달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프랑스 정부는 노 딜 브렉시트 시나리오에 대비한 법안을 마련해 현재 의회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일간 인디펜던트가 전했다.
유럽의회를 대표해 브렉시트 협상에 참여한 기 베르호프스타트 유럽의회 의원도 합의안은 2년에 걸친 "치열한 협상" 끝에 마련된 것이라며 영국 의원들이 "'좋다. (협상을) 다시 시작하자'고 말할 여지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합의가 "프랑스 기업에 좋은 뉴스"라면서도 영국이 브렉시트 이행 기간 EU 관세동맹에 남는 동안 EU의 모든 규정을 존중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스페인, 덴마크 등 3개국은 지난 14일 EU 집행위원회와 가진 회의에서 EU 기업들과 EU 규범들을 약화하는 것을 막는 보장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채 영국이 브렉시트 이행 기간에 EU 관세동맹에 남게 됐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합의안이 영국 의회에서 거센 반발에 직면해 좌초될 위험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EU 측은 '노 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영국에 기회를 더 줄 의향은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양상이다.
EU 정상들은 브렉시트 협상 합의문 서명을 위한 특별회의를 오는 25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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