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기사 후보' 오른 데이비드 베컴, 아직 작위 못받은 이유는
더타임스 "조세회피 의혹 있으면 서훈자 명단에서 제외"
축구스타 웨인 루니, 팝스타 로비 윌리엄스도 이에 해당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정부가 사전 조사를 통해 조세회피 의혹이 있는 이들을 기사 작위나 훈장 수여자 명단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 국세청은 비밀리에 매년 수천 명의 서훈자 후보에 대한 적합성 조사를 진행한다.
국세청은 후보자가 조세회피 행위를 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자들은 이른바 '신호등 시스템'에 따라 리스크가 적을 경우 녹색, 중간일 경우 노란색, 리스크가 클 경우 빨간색으로 분류된다.
국세청은 분석 결과를 국무조정실로 보내 서훈자 명단 선정에 반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과 국무조정실은 조세회피 행위는 작위 및 훈장 등의 수여 목적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여자가 추후 탈세자로 드러날 경우 명성에 해를 미칠 수가 있어서 이 같은 사전 검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영국의 세계적인 축구 스타인 데이비드 베컴이 지난해 기사 작위를 받지 못한 것도 세무당국의 개입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잉글랜드 국가대표 골 기록을 가진 웨인 루니가 전 세대나 동 세대 다른 축구선수보다 뛰어난 업적에도 불구하고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점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더타임스는 추정했다.
유니세프 홍보대사로 자선단체를 위해 연간 수백만 파운드 모금에 기여해 온 영국의 팝스타 로비 윌리엄스가 '대영제국 장교 훈장'(OBE)조차 받지 못한 점, BBC 축구 프로그램 사회자인 게리 리네커가 인도적 지원 활동에도 불구하고 1992년 OBE를 마지막으로 다른 훈장 등을 받지 못한 것도 이에 해당한다.
대영제국 훈장은 가장 높은 1등급 대(大)십자 기사(GBE)부터 2등급 사령관 기사(KBE), 3등급 사령관(CBE), 4등급 장교(OBE), 5등급 단원(MBE) 등 5단계로 훈격을 구분한다.
이들 축구 스타와 유명인들은 조세회피가 아니라 합법적인 절세 계획을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엄격한 기준 아래 서훈자 명단에서 제외하고 있다.
다만 노란색과 빨간색 등급으로 분류된 이도 3년간 우려할만한 일이 드러나지 않으면 녹색 등급으로 변경될 수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작고한 코미디언 켄 도드가 1989년 탈세 혐의 기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기사 작위를 받은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더타임스는 납세자 정보는 비밀이 보장돼야 하지만, 조세 수입 및 관리에 도움이 될 경우 공개할 수 있다는 원칙이 있어 서훈자 선정에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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