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도 꿈 이루던 36년 전통 남인천고…명맥 끊길까
평생교육법 규정·학생 수 감소 탓…법인 전환 검토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70∼80대 만학도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던 인천 남인천중·고등학교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남인천중·고교는 저소득층 청소년 뿐 아니라 할머니·할아버지 등 만학도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주는 평생 교육시설이다. 졸업 후에는 일반 중·고교와 같은 동등한 학력을 인정받는다.
5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남인천중·고등학교는 최근 학교 운영자를 설립자인 윤국진(75) 교장 개인에서 재단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08년 개정된 평생교육법상 '재단법인이나 학교법인만 학력인정 평생 교육시설을 설립할 수 있다'는 규정을 준수하기 위한 조치다.
남인천중·고는 개정법 발효 전인 1984년 설립됐기 때문에 개정법을 소급 적용 받지 않았지만, 설립자의 나이 등을 고려해 학교 운영자를 법인으로 바꾸는 절차를 밟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운영자를 법인으로 전환하려면 일단 기본 재산 3억원이 필요하고 학교 땅과 시설까지 모두 출연해야 한다는 규정 등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재단법인 전환이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학생 수가 점점 줄고 있는 점도 남인천중·고의 폐교 우려를 더해준다.
의무 교육 시행과 특성화고 활성화 등으로 평생 교육시설 문을 두드리는 청소년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이 학교 학생 수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1천700명대를 유지하다가 2015년 1천518명으로 뚝 떨어진 이후 지난해부터는 1천300명대에 머물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학생 수는 7년 전보다 20% 넘게 줄어든 1천330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인천중·고교와 교사들도 30년 넘게 이어온 배움 터를 지키기 위해 법인 출연금을 모금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학교 전임 교사 27명 중 10명은 학교 규모를 줄여 법인 전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올해까지만 근무하겠다며 자발적인 희망퇴직을 신청하기도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학교 측과 여러 방안을 두고 논의 중"이라며 "재단법인을 설립해 학교 운영자를 전환하는 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인천중·고는 올해까지 36회에 걸쳐 졸업생 1만3천명을 배출했으며 만학도로 졸업한 학생 중 절반가량이 대학에 진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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