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제일병원 노사갈등 격화…신임 병원장 사퇴
인력 이탈에 병동 축소 운영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제일병원이 총파업 철회 이후에도 임금 체불이 지속하면서 노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간호 인력 이탈로 병동이 축소 운영되는 가운데 병원장마저 취임 한 달여 만에 사퇴하는 등 내홍이 지속하는 상황이다.
31일 제일병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취임한 서주태 병원장은 지난달 25일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이날은 병원 내 임직원 월급 지급일이었다. 취임 후 약 한 달여만의 사퇴다. 현재 제일병원은 한명훈 진료부원장이 병원장 직무대행을 수행하고 있다.
제일병원 관계자는 "급여 문제 해결 등 경영 정상화에 의지가 확고했으나 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지속하자 책임 차원에서 사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제일병원 노동조합은 병원 측이 일방적으로 임금을 연차별로 15~50% 삭감했다며 지난달 4일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당시 파업으로 환자들의 불편이 커지자 우선 병원을 정상화한 상태에서 노사 협의를 지속하겠다며 닷새 만인 9일 진료를 재개한 것이다. 그러나 총파업 이후 일부 간호사 등이 퇴사하는 등 여파로 병원은 정상 운영되지 않는 상태다.
이 관계자는 "경영난으로 올해는 급여를 정상적으로 줄 수 없는 상황인 데다 파업 이후 일부 인력이 빠져나가 병동을 축소 운영하고 있어 적자 폭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여성전문병원인 제일병원은 저출산 여파에 오랜 기간 경영난에 시달려왔다. 제일병원의 분만 건수는 2014년 5천490건, 2015년 5천294건, 2016년 4천496건으로 매년 줄고 있다.
최근에는 경영난을 타개하고 밀린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건강검진센터 매각을 검토했으나 노조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병원은 사정이 나아지면 '환매'할 수 있는 조건으로 신세계[004170] 그룹 측에 매각하려 했으나 노조에서 반대하면서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시세보다 헐값에 병원의 주요 자산을 매각하는 행위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의사는 기존보다 20% 가량이 삭감된 급여를 받았으며, 일부 행정 및 진료 지원 부서에서는 임금의 40%를 삭감당했다. 단 병원에서는 임금 삭감은 일종의 '유예'로 이른 시일 내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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