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전 65주년 앞두고 종전선언 또 강조…ARF서 돌파구 열까
美 '비핵화 진전 더 있어야 가능' 기류…韓, 중재외교에 박차
다음 달 초 ARF 계기 남북·남북미 외교장관회담서 논의 주목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오는 27일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가운데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을 둘러싼 남북미 3자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북한의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3일 '종전선언 문제, 결코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이 최근 입장을 바꿔 종전선언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판문점 선언의 조항을 이행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는 남조선 당국도 종전선언 문제를 결코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물론 남한도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메시지다.
북한 '외곽 매체'의 보도이지만 지난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협의를 계기로 북한이 종전선언을 강조하고 있는 흐름 속에 정전협정 체결일을 나흘 앞두고 나온 입장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북한은 앞서 지난 7일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조선반도(한반도)에서의 평화체제구축을 위하여 우선 조선정전협정체결 65돌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발표할 데 대한 문제"를 미국 측에 제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종전선언은 "조선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공고한 평화보장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첫 공정인 동시에 조미 사이의 신뢰조성을 위한 선차적인 요소"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북한이 대남 선전 매체를 통해 종전선언과 관련한 남한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종전선언 문제에서 진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해 달라는 요구로 해석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군사 위협 때문에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해온 북한으로서는 비핵화를 하려면 대북 안전보장이 필수적이며, 그 첫 단추로 전쟁의 종식을 정치적으로 선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요구는 정전협정 65주년을 계기로 강도를 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호응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23일 "미국 조야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나서지 않는 한 더는 북한에 양보로 비칠 수 있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기류"라고 전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미국은 종전선언을 하려면 비핵화에서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라며 "미국은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조기에 이행하려는 입장인데, 공동성명 내용 중 미군 유해 송환에서 진전이 있긴 하지만 비핵화에서도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으로서는 종전선언이 비록 법적 효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이라고는 하지만 그 '함의'가 대북 군사옵션의 포기 선언으로 인식되는 점과 북한에 대한 추가적인 양보로 보이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 차례 종전선언을 거론한 데서 보듯 이 선언에 관심은 있지만, 워싱턴 내부의 전반적인 신중론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비핵화 측면에서 북한이 모종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게 미국 측의 대체적인 기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대북 안전보장의 한 방안인 종전선언과,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 사이에서 북미 양측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에 대한 장외 논쟁을 이어가는 셈이다.
'연내 종전선언'을 판문점 선언에 포함한 한국 정부는 북미 사이의 입장차이를 좁히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종전선언을 통해 비핵화와 평화체제 협상의 동력을 만든다는 목표에 따라 우선 미국을 상대로 '종전선언' 외교에 박차를 가하는 양상이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11∼14일 방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20∼21일 뉴욕 방문 및 한미외교장관회담,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의 20∼22일 워싱턴 방문과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동 등에서 종전선언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미국을 상대로 종전선언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행보를 유도하는 측면을 강조하는 동시에, 북한을 상대로는 트럼프 행정부가 움직일 수 있도록 비핵화 조치 측면에서 '성의'를 보일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폼페이오 방북 계기에 비핵화 관련 조치로 거론한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기 등 기존에 거론된 카드와 대미, 대북 채널을 통해 파악한 양측의 요구를 엮어 절충점을 만들어 내는데 정부의 역할이 커진 상황이다.
종전선언 논의에서 내달 초 싱가포르에서 남북미 3국 외교장관이 한자리에 모이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ARF 때 남북, 남북미, 한미 등 다양한 양자, 3자 외교장관회담을 열어 종전선언 논의에서 돌파구를 만드는 데 외교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ARF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인식 차이를 좁히면 9월 각국 정상과 외교장관들이 대거 참석하는 가운데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때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4자가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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