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만년 전 루시의 유아는 여전히 나무를 탔다
'디키카 유아' 발뼈 직립보행 가능하나 원숭이 닮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여겨지는 원인(猿人)인 332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afarensis)의 두 살배기 유아는 직립 보행을 했지만, 원숭이처럼 나무를 탄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과학전문 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다트머스대학 인류학과 제레미 드실바 교수는 지난 2002년 에티오피아 '디키카' 지역에서 발굴된 두 살 반짜리 여아의 발 뼈 화석을 분석한 결과, 두 발로 걷는 데 필요한 여러 구조뿐만 아니라 원숭이처럼 나무를 오르는 데 필요한 구조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신호에 밝혔다.
디키카 유아의 엄지만 한 크기 발뼈는 인간과 비슷해 직립 보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지만, 엄지발가락과 연결된 내측경상골(medial cuneiform)을 은 오늘날의 인간보다 더 굽어있고 각도도 약간 더 컸다는 것이다.
드실바 교수 연구팀은 "이런 구조가 오늘날 원숭이가 어떤 것을 잡을 때 하는 것처럼 엄지발가락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와 이전 이뤄진 디키카 유아의 어깨 구조에 관한 연구를 종합해 볼 때 나무를 타고 엄마에게 매달려 이동할 수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루시'로도 불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두 발로 직립 보행한 것으로 확신해 왔으며, 일각에서는 나무 위 생활을 버리고 두 발로만 걸어 다녔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드실바 교수는 "대부분의 화석 기록은 성인이며, 어린이 화석이 발견된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이 화석을 통해) 300여 만년 전 두 살 반짜리 유아가 어떻게 걸어 다녔는지에 관한 놀라운 창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디키카 유아의 신체 특성상 어른보다 더 나무를 잘 탔을 것으로 보이며, 포식자를 피해 부모보다는 나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디키카 유아가 성인과 다른 발 구조를 가진 것도 나무에 올라 포식자를 피해야 하는 일이 성인보다 더 잦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드실바 교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화석의 주인들이 마치 같은 시대를 산 것처럼 얘기되지만 실제로는 디키카 유아는 루시보다 12만년 전에 살다가 화석이 됐으며, 직립 보행의 또다른 증거로 회자하는 '라에톨리 발자국'은 루시가 산 시대보다 40만년 앞서 찍힌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화석 기록이 워낙 적은 데다 시기는 수십만 년씩 차이가 있어 중요한 점을 놓쳤거나 엉뚱하게 해석하는 등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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