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 예산은 어떻게…" 지자체장 '장밋빛' 공약사업 쏟아져
너도나도 국비 아우성…곳간 거덜 우려 목소리도
"면밀히 검토하고 사업성 없으면 추진 중단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적게는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까지.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전국 기초 및 광역 지자체장들이 선거 과정에서 약속한 사업들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자체별 예산 규모이다.
신임 단체장들이 2일 일제히 취임하면서 수많은 공약사업이 유권자들과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하지만 상당수 사업이 구체적인 사업성 검토도 이뤄지지 않은 데다가 재원 확보 방안 역시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자칫 무리하고 조급하게 추진된다면 오히려 '예산 낭비'만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 공약이행에 '수조원에서 수십조원' 필요
경기도 도지사직 인수위에 따르면 이재명 신임 경기도지사의 16개 전략 185개 세부공약 이행에 4년 재임 기간 1조6천여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국비와 시·군비를 포함하면 모두 4조300억원으로 불어난다.
이 지사의 대표 공약인 청년 배당의 경우 4년간 도비 5천16억원, 시·군비 2천148억원 등 7천164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계됐다.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제시한 10대 대표 공약을 이행하는 데도 11조원대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2026년까지 화력발전소 14기의 친환경 발전 대체 사업에 7조원, 서해선 복선전철 사업에 3조8천280억원, 장항선 복선전철 사업에 7천915억원 등이 소요될 전망이다.
고교 무상교육과 무상급식, 충남형 아동수당, 유치원 교육비 지원, 70세 이상 어르신 버스비 무료화 등 4대 복지 공약이행에도 연간 1천748억원의 도비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12조원의 예산을 들여 광주 빛그린산단-도시첨단산단-광주역-광주공항을 미래산업 및 국제관광도시에 특화된 경제자유구역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12조원 일자리 뉴딜' 공약이다.
남북 평화와 원도심, 철도, 도로·대중교통, 경제, 일자리, 문화·예술·체육, 안전, 항만·항공, 여성·노동, 생활개선 등 17개 분야로 이뤄진 박남춘 인천시장의 공약사업 소요 재원도 무려 27조원으로 추산했다.
3선에 성공한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내놓은 100개 공약 실천에 필요한 예산 역시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으로 재선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0대 핵심공약과 이를 위한 10개 분야 200대 세부과제를 제시한 가운데 이들 세부공약을 실현하는데 총 7조5천350억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 밖에 오거돈 부산시장은 임기 중 1천억원 규모의 영화발전기금 조성하고, 1천200억원을 들여 부산진역에서 구포역까지 부산도심 관통 경부선 철로 13㎞를 지하화하는 등의 공약을 제시한 상태다.
◇ 문제는 '예산'…어떻게 마련하나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 도지사직 인수위원회는 공약 실현에 필요한 재원을 기존예산 조정 및 효율성 강화(8천억원), 연정(聯政)사업 조정(4천억원), 산하기관 수익금 증대(4천억원), 기금운영 개선(500억원) 등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정 대상 연정사업에는 남경필 전 지사의 역점사업인 청년연금사업과 도의회가 직접 예산을 편성한 사업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조 충남도지사 당선인 측은 서해선 복선전철 사업 등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SOC 사업 예산을 국비 확보를 통해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용섭 광주시장 당선인측도 12조원 일자리 뉴딜 공약 사업비 중 8조원 정도를 민간자본으로 조달하고, 국비 2조∼3조원, 시비 4천억∼5천억원을 들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남춘 인천시장 측은 인천시의 3년 치 예산과 맞먹는 공약사업 재원 중 18조원을 국비로, 3조8천억원을 지방비로, 2조1천억원을 민간자본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공약 예산 20조원 조달 계획으로 경상·행사성 경기 절감, 체납세 징수, 세원발굴, 민간 투자 유치 등을 제시했으나 상당 부분은 국비로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공약이행 사업비를 국비 2조2천600억원, 지방비 3조3천920억원, 민자 7천530억원, 공공투자(공기업 투자 등) 1조1천300억원 등으로 조달한다는 구상이다.
◇ 너도나도 '국비' 손 벌려…"면밀한 사전 검토 필요"
하지만 일부 단체장의 공약사업 예산 확보 방안에 대해 지나치게 국비와 민간자본에 의존하고, 구체성도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국 지자체에서 단체장 공약사업 이행을 위해 너도나도 국비 지원을 요청할 경우 중앙정부가 이를 모두 수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공약사업이라고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지자체 재정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장의 공약사업에 대해 시행 전 타당성 및 추진 시기, 예산 확보 방안 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약이라 하더라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 예산을 낭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전남대학교 송충근(행정학과) 교수는 "아무리 공약이라 하더라도 이 사업이 정치인을 위한 것인지, 시민을 위한 것인지, 또 필요한 사업인지를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방재정이 거덜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어 "타당성 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 공약사업은 차라리 안 하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김광호 김호천 황봉규 신민재 김상현 변우열 임보연 박주영 최영수 김재선 기자) k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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