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안병하 유족 '5·18 시민발포 거부' 강제해직 25년 보상 요구
"명예롭지 못한 이중보상은 유가족도 싫다. 정부는 순직 불인정 기간 보상 해야"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남편은 민주화 운동가가 아니라 순직경찰이니 억울하게 해직당하고 순직한 데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명예롭지 못한 이중보상은 저희도 싫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을 향한 발포 명령을 거부한 고 안병하 치안감 유족이 정부를 상대로 보상금 소송을 진행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유족들은 안 치안감이 뒤늦게 순직을 인정받아 보훈 급여를 받게 되자 정부가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금을 환수하려는 데 대해 "정부가 순직 인정을 받기 전까지 급여와 연금을 지급하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안 치안감은 전남도 경찰국장으로 재직하던 1980년 5·18 당시 시위대를 겨냥한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하고 다친 시민들을 치료했다.
안 경무관은 이로 인해 직위 해제된 뒤 같은 해 5월 26일 보안사령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고 6월 2일 강제 사직당했다.
그는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1988년 10월 10일 숨졌다.
1949년 육사 8기로 임관한 뒤 1962년 총경 특채로 경찰이 된 안 치안감은 30년 이상 공직생활을 했지만, 정부로부터 국립묘지 안장과 순직 인정을 모두 거부당했다.
부인 전임순(85) 여사는 1992년 정부가 '광주사태 희생자 보상'을 통해 구금 피해보상금 800만원을 지급한다고 하자 소송을 제기했고 1997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생활지원금과 피해보상금 등 1억200만원을 받았다.
이후 2003년 5·18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고 2005년에서야 순직경찰 심사를 받게 됐다.
그는 "2010년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남편의 순직을 인정했으나 유족 급여는 1988년이 아닌, 2005년분부터 소급해준다고 했다"며 "남편이 1980년 부당하게 해직당한 것도 고려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억울함을 느낀 전 여사와 아들 안호재(58)씨는 정부를 상대로 5·18 보상금 반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유족들은 최근 '국민을 지키다 순직한 경찰 유족은 불이익을 당해야 합니까?'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17일 오전 현재 3천500여명이 청원에 동참했다.
유족들은 1997년 받은 광주사태 희생자 보상금을 반환하겠으니 정부는 안 치안감이 강제해직된 1980년 6월부터 유족 급여가 개시된 2005년 사이 25년간의 월급, 연금, 유족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전 여사는 "1997년 광주시로부터 받은 피해보상금은 남편의 병원비와 요양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며 "정부와 광주시는 정당한 보상도 제대로 해주지 않으며 우리를 '이중보상'을 바라는 사람들로 욕되게 하지 말아달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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