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비핵화' 큰 윤곽 잡았다…정상회담 발표 '카운트다운'
북미관계 걸림돌 해소하고 신뢰 다지는 계기…회담 앞두고 '분위기 조성'
최대의제 '비핵화 로드맵' 놓고 폼페이오·김정은 이견 상당부분 좁힌 듯
'당일치기' 확정속 회담 장소는 베일…싱가포르 유력속 판문점·평양도 거론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인과 함께 귀국길에 오르면서 막판 난기류에 휩싸이는듯 하던 북미 정상회담의 기상도가 '맑음'으로 바뀌었다.
특히 지난달 초에 이어 두번째로 이뤄진 이번 '당일치기' 방북을 계기로 북미 양측은 최대 쟁점이었던 '비핵화 로드맵'을 놓고 큰 틀의 밑그림을 그려낸 것으로 보여 회담의 성사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걷힌 것으로 평가된다.
일단 북한의 이번 억류자 석방 조치는 북미간의 오랜 불신을 해소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단초를 마련함으로써 북미정상회담의 순조로운 출발을 위한 길을 닦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억류자 문제는 자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미국 행정부의 최대 숙제이자 북미관계의 중요한 걸림돌이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이번 조치는 그렇찮아도 국내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려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선물'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억류자 석방 사실을 보고받은 뒤 즉각 "선의의 긍정적 제스처"라고 환영 의사를 밝히며 공항으로 직접 이들을 마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에는 큰 역할을 하지만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의제는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회담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는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 양측이 간극을 어느 정도 해소, 접점을 찾았는지가 최대 관전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북한은 북미 정상 간 억류자 3명 석방이라는 '선물'을 미국 안김으로써 북미정상회담의 순조로운 출발을 위한 길을 깔았다. 억류자 석방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부터 "채널 고정"이라고 군불을 땠던 것으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이 공개된 직후부터 어느 정도 예상돼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와 함께 이번 방북 기간 김 위원장과 다시 만나 회담 내용에 대해 심도 있는 사전조율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평양 도착 직전 기자들에게 "성공적 회담의 틀을 만들어내기 위해 회담 의제 등을 확정하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던 폼페이오 장관은 귀국길에서 "회담의 토대를 마련하는 생산적이고 좋은 대화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도 기자들에게 "북미정상회담 계획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트윗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의 면담 사실을 공개하며 "좋은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회담 의제의 틀 거리가 상당 부분 잡힌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핵심은 비핵화 로드맵을 놓고 양측이 어느 정도 접근했느냐 여부이다.
최근 들어 미국 측이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로 목표치를 수정하고, 폐기 대상도 '대량파괴무기'(WMD)로 확대, 비핵화 눈높이를 상향 조정하고 북한이 이에 대해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신경전이 가열돼왔다.
특히 미국 측의 압박 속에 전격 방중, '우군'인 중국에 손을 내민 김 위원장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단계별·동시적 조치'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양측이 팽팽한 샅바 싸움을 하는 듯 보였다.
이런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행 비행기 안에서 비핵화의 미션으로 기존 기조였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재거론, 김 위원장과의 사전담판을 앞두고 비핵화의 허들을 조절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인 것이 양측간 조율의 실마리를 제공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토대로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최대 관심 사안인 체제 안전 보장 및 제재완화의 빅딜을 놓고 양측의 교집합 찾기가 시도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이 "잘게 쪼개지 않겠다"며 '단계적 보상' 방침에 쐐기를 박고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는 제재완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양측이 어느 정도 세부 사항까지 들어갔는지는 단정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북미 정상 간 대담 판에서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큰 의제와 폐기 시한 등 로드맵 방향을 합의하고 구체적 이행 등 실천에 대해서는 후속 협상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선 핵 폐기-후 보상·관계 정상화'로 요약되는 리비아모델 대신 최근 들어 자발적 핵 폐기를 골자로 하는 남아프리카 모델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결국은 검증·사찰이라는 '뇌관'을 놓고 양측이 어떤 식으로 '디테일 합의'를 도출할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한 핵 사찰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당장 북한 측이 공언한 핵실험장 폐쇄 공개 작업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가 시험대로 떠올랐다. 미국측은 폐쇄 전 검증·사찰을 포함한 '과감한 조치'를 요구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의 사전담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됐다고 이미 공언했던 날짜와 장소도 최종 확정된 것으로 보며 그 결과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제3국인 싱가포르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전인 6월 초에 열릴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 가운데 판문점과 평양 개최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태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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