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원 30%가 구청장 선거 도전…'역대급' 줄사퇴
10대 시의회 출범 전까지 3개월 의정 공백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제9대 서울시의회의 마지막 임시회가 열린 4일 오후. 전광판에 뜬 재적 의원 수는 77명이었다.
의석 곳곳이 빈 가운데 열린 임시회가 시작하자마자 시의원 또 한 명의 사직 허가 건이 통과됐다. 재적 의원 수가 76명으로 바뀌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의원 106명 중 30명이 구청장이나 시장 등 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며 대거 사직서를 냈다. 재적 의원 28.3%가 그만둔 것이다.
지금까지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이렇게 많은 시의원이 사직한 적은 없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구청장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서울시의원은 10명에 불과했다.
공직선거법상 지방의회 의원이 다른 지방의회 의원이나 자치단체장 선거에 입후보하는 경우 선거 30일 전, 즉 5월 14일까지 사퇴하면 된다.
그러나 예비후보로 등록해 선거 운동을 하려면 의원직 먼저 사퇴해야 하기 때문에 선거 운동에 집중하길 원하는 의원들의 사퇴 행렬이 지난달부터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일 고향인 거제에서 시장 선거에 출마하려고 주민등록을 옮긴 더불어민주당 문상모 의원이 가장 먼저 사퇴한 뒤 드문드문 이어지던 시의원들의 사퇴는 지난달 20일부터 급격히 늘었다.
이날은 구의원 선거구 획정을 다루는 임시회 본회의가 있었던 날이다. 시의원들은 여기서 한 선거구 당 구의원을 4명까지 뽑는 '4인 선거구' 도입을 무산시키는 안건을 처리한 뒤 본격적으로 지방선거 관련 행보를 시작했다.
민주당 김구현, 이승로, 김문수 의원은 성북구청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했다. 은평구청장에는 민주당 김미경, 장우윤, 이순자 의원이 도전한다.
민주당 신언근, 박준희, 허기회 의원은 관악구청장 선거에 나선다.
민주당 서영진, 오승록 의원은 노원구청장에, 같은 당 오경환, 김창수, 유동균 의원은 마포구청장에 도전한다.
시의회 부의장이던 민주당 조규영 의원도 구로구청장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사퇴한 시의원 30명 중 민주당 소속이 27명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를 당선의 '호기'로 판단한 셈이다.
아직 각 당의 후보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만큼 시의원직을 내려놓는 의원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하면서 바른미래당 소속 일부 시의원이 의원직 사퇴 후 구청장 선거에 나갈 가능성도 생겼다.
6·13 지방선거에서 뽑힌 제10대 시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되는 7월 1일까지 3개월간 사실상 '식물 의회'가 되는 셈이다.
지방선거 전 마지막 임시회는 오는 13일까지 열린다. 8일간 상임위원회별로 조례안, 동의안 등 안건을 심의한 뒤 13일 본회의에서 논의한 안건을 처리한다.
제9대 서울시의회의 마지막 정례회는 지방선거가 끝난 뒤인 6월 18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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