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초 대낮 인질극 1시간만에 종료…범인 "군대서 정신질환"(종합3보)
20대 남성 "기자 불러달라" 요구하며 초등생 잡고 경찰과 대치
"군대에서 정신질환 생겼으나 보상 못 받아"…경찰, 구속영장 신청 방침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김기훈 현혜란 최평천 기자 = 서울의 초등학교에서 한 남성이 초등학생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하다 1시간 만에 체포됐다.
2일 오전 11시 47분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 교무실에서 한 남성이 이 학교 여학생에게 흉기를 들이대고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양모(25)씨로 밝혀진 이 남성은 학교 측에 "기자를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인질극이 발생하자 학교 측이 즉각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특공대와 기동타격대, 형사 등이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은 양씨와 2∼3m가량 떨어진 위치에서 대화를 나누며 물을 건네주는 등 사태 해결을 시도했다. 이어 빵과 우유를 건네준 뒤 양씨가 틈을 보이자 바로 덮쳐 낮 12시43분 그를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인질로 잡혔던 4학년 A(10)양은 다친 곳 없이 구출돼 병원으로 옮겨져 스트레스 반응 등 검사를 받은 뒤 2시간 만에 퇴원했다. 병원 측은 "지금은 안정 상태로 보인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이 있는지 외래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씨도 경찰에 제압되는 과정에서 간질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오후 4시 15분께 퇴원해 방배서로 호송됐다.
양씨는 방배서에 도착한 뒤 취재진에 "군대에서 가혹행위와 부조리, 폭언, 질타, 협박 등으로 조현증이 생겼다"면서 "전역 후 국가보훈처에 계속 보상을 요구했는데 어떤 보상도 해주지 않았다"며 범행 이유를 밝혔다.
그는 '피해자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말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방배초에 따르면 양씨는 "졸업증명서를 떼러 왔다"며 교내로 들어온 뒤 당시 교무실에 있던 A양을 잡아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배초 학교보안관은 민원인이 학교를 찾아오면 신분증을 받아 출입기록을 작성해야 했으나 양씨에게는 이같은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양씨가) 졸업생이라 하고 젊어서 보안관이 놓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양씨는 방배서 도착 당시 '졸업생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양씨와 피해 여학생은 서로 모르던 사이로 파악됐다. 하지만 경찰조사결과 양씨는 방배초 졸업생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양씨를 상대로 자세한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한 뒤 인질강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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