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美·英 겨냥 "월드컵 열리는 걸 막으려한다는 느낌"
스파이 독살시도 사건 여진 계속…구체적인 보이콧 움직임은 아직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6월 개막하는 러시아 월드컵을 미국, 영국이 흔들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가 비판했다고 BBC가 러시아 언론을 인용해 1일(현지시간) 전했다.
영국에 거주하던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되면서 외교관 추방전까지 벌어진 가운데 러시아 정부가 월드컵 보이콧 움직임에 직접 반응한 것은 처음이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러시아 채널 5TV 인터뷰에서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걸 막으려고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들은 모든 수단을 쓸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하로바는 "(미국과 영국이 의도하는) 그런 일은 러시아 축구 경기장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며 월드컵 보이콧 사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왕실과 아이슬란드, 폴란드 정부 인사들이 러시아 월드컵 개막행사에 불참하겠다고 밝혔지만 선수단 보이콧 움직임은 아직 없다.
그러나 국제인권단체들이 이번 월드컵을 수치스러운 대회라고 비판하면서 인권문제를 부각하고 있어 자칫 서방 국가들이 불참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같은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없다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정부군 공습으로 민간인 희생이 계속되는 시리아 사태도 변수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을 줄곧 지원해왔다.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러시아 월드컵을 1936년 나치 독일이 개최했던 베를린 올림픽과 연관 지으며 러시아 정부를 비판했다.
노동당의 한 의원은 월드컵 연기나 개최지 변경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아직 잉글랜드 팀의 보이콧 얘기까지 나오지는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추방 명령을 받은 러시아 외교관과 가족 등 170명이 금요일밤 워싱턴을 떠나는 등 서방과 러시아의 외교적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달 4일 전직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이 딸과 함께 쇼핑몰 벤치에서 신경안정제에 중독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신경안정제는 러시아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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