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배운다" 동네 어른과 농사짓는 산골 초등학생들
옥천 동이초, 마을 주민과 함께 하는 '동상이몽' 프로그램 운영
이장·부녀회장이 학교 밖 선생님…"벼농사 지어 마을잔치할 것"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옥천군 동이초등학교는 학교 안팎이 모두 배움터다. 교실 수업이 따분할 때는 운동장 옆 작은 텃밭에 모여 고추·오이·참외·토마토 농사를 짓고, 화창한 날에는 주변 마을로 산책가 역사와 생태현장을 탐구한다.
답답한 교실에서 벗어나면 산과 들, 마을 어디든지 배울 게 천지다.
교실 밖 수업은 마을 이장·부녀회장·귀농인·전직 교사 등으로 이뤄진 '마을 선생님'이 주로 맡는다.
학생들은 이들한테서 생활주변에 얽힌 설화와 미담을 전해 듣고, 농사의 가치도 배운다. 교실 안에서는 배울 수 없는 삶의 지혜를 대자연 속에서 체험하고 깨닫는다.
이 학교는 지난해 충북도교육청에서 추진하는 행복교육지구사업의 일환으로 학교 밖 수업을 시작했다. 지역사회와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협력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바르게 성장하도록 함께 꿈을 만들어주자는 의미에서 프로그램 이름은 '동상이몽(同床利夢), 마을이 곧 학교다'라고 지었다.
이 학교는 우산분교를 포함해 전교생이 56명에 불과하다. 가족처럼 단출한 분위기여서 5·6학년 형과 언니가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보살피는 형태로 야외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작년에는 학교 주변 마을 4곳을 배움터로 정해 매주 한 차례 교실 밖 수업을 하고, 운동장 옆 텃밭에서 채소 농사도 지었다. 수확한 무공해 고추·오이는 즉석에서 급식실 반찬으로 변신했다.
올해는 야외수업이 더욱 풍성해진다.
역사·문화 탐방마을이 3곳 확대되고, 200평(660㎡)의 벼농사도 새로 시작한다.
교실 밖 수업을 총괄하는 조윤희 교사는 "마을 주민 한 분이 땅을 제공했고, 다른 주민은 볍씨를 싹 틔워 모내기까지 도와주기로 약속했다"며 "부녀회장 등 2명이 '마을 선생님'으로 활약하면서 벼농사를 가르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올해 10월 수확한 쌀로 떡을 만들어 마을 잔치를 할 예정이다. 한 해 동안 애써준 '마을 선생님'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학교가 중심이 돼 지역사회 화합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조경애 교장은 "학생들이 교실 밖으로 나오면서 자신이 사는 마을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탐구하기 시작했고, 농민들의 땀과 노력에 대해서도 공감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 학교는 다음 주 텃밭에 강낭콩 씨앗을 심는 야외수업을 할 예정이다. 이 수업도 마을 선생님 지도로 이뤄진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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