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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준 동북아평화연대 신임 이사장 "시민평화운동 펼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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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준 동북아평화연대 신임 이사장 "시민평화운동 펼치겠다"
제4대 이사장에 14일 취임…"평화체제 전환기에 책임 다할 것"
"한민족 디아스포라 정체성이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의 열쇠"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동북아평화연대는 세계대전과 냉전체제의 가장 큰 피해자인 고려인, 조선족, 재일동포, 남북한 동포를 보듬으며 공생과 연대를 모색해왔습니다. 한민족이 지난 150여 년간 이주와 이산을 겪으며 형성된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이야말로 동북아시아 평화 정착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단순한 혈통주의에서 벗어나 넓게 둘러보고 멀리 내다보며 성숙한 세계시민 의식을 갖추는 데 힘쓰겠습니다."
북방동포 지원 NGO 동북아평화연대의 김봉준(64) 신임 이사장은 22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동북아평화연대 사무실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북방동포 돕기를 뛰어넘어 시민평화운동에 앞장서는 단체로 만들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동북아평화연대는 1997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재외동포사업국으로 출발했다가 2001년 별도의 사단법인으로 창립됐다. 조선족 사기피해 해결을 위한 청원운동, 연해주 고려인 정착 지원, 동북아 민족교육 지원, 다민족·다문화 교류사업, 지속가능한 농업·경제사업, 연해주 고려인문화센터 건립 등의 활동을 펼쳐왔고 지난해에는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행사를 펼치며 '고려인 4세 추방 방지를 위한 입법 청원운동'에 나섰다.
김봉준 이사장은 지난 14일 동북아평화연대 제18차 정기총회에서 이광규·강영석·도재영에 이어 제4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그는 그림, 판화, 조각, 글씨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치는 전방위 미술가다. 노동운동·농민운동·시민운동 등과 결합한 민중문화운동을 펼치는가 하면 신화를 주제로 한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해왔다. 2008년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에 신화미술관을 차려놓고 전시 공간이자 창작 일터로 활용하고 있다.
"대학에 입학해 탈춤 서클에 들어갔다가 민중미술과 문화운동에 빠져들었죠. 졸업 전부터 시국사건에 연루돼 도피와 투옥을 거듭했습니다. 70∼80년대에는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 등의 요청에 따라 걸개그림을 그려주거나 현수막에 슬로건을 써주거나 그림과 글씨를 담은 손수건·머리띠 등을 만들어주는 게 제 작품 활동의 대부분이었죠. 달력, 카드, 티셔츠 등도 많이 만들었고요. 작가주의·상업주의와 결별한 채 철저한 현장주의를 고집하며 민중과 함께해왔습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인사동 화랑가에 의존하지 않고 버텨온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김 이사장은 2002년 당시 강영석 공동대표(2대 이사장)의 권유를 받고 동북아평화연대 회원으로 가입하며 문화위원장을 맡았다. 2004년 러시아 연해주에서 각본 겸 총감독으로 가무극 '길마중'을 선보인 뒤 국내 순회공연을 펼쳤고, 2005년에는 '유라시아 평화의 길 자동차 랠리'를 이끌며 '동북아 신화와 인류문화 바이칼 포럼'을 주관했다. 이때의 경험은 그를 동북아평화연대와 단단히 결속시켰고 그의 작품세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13년부터 2년간은 공동대표를 지냈다.
"천성이 자유인이고 천직이 프리랜서여서 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을 맡을 생각은 전혀 없었죠. 끈질긴 제안과 간곡한 권유를 여러 차례 뿌리치다가 '시민단체에서 사회활동을 시작했으니 시민활동가로 만년을 보내라'는 것을 운명의 계시로 여기고 회원들의 뜻을 받들기로 했습니다. 임기 2년 가운데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여기저기 회의나 행사에 참석할 일이 많아 벌써 걱정이 앞섭니다. 그래도 주말에는 작품 활동에 매달리려고 합니다."
김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동북아평화연대를 수직적 핵심강화 조직에서 수평적 협동조직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각종 위원회를 활성화해 위원회 중심으로 꾸려가겠다는 구상이다. 시대도 변했고 동북아평화연대의 역량도 충분히 성숙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동북아평화연대는 18차 정기총회에서 서울에 고려인문화센터를 건립하고 서울∼평양∼모스크바 1만5천㎞ 자동차 랠리를 펼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올해 사업계획안을 통과시켰다. 고려인지원단체 너머가 경기도 안산에서 꾸려가는 야학 '미르'도 공동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나 해외에서 고려인, 조선족을 만나보면 우리와 다른 점을 발견하면서도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예전에 우리가 같았다는 것만이 아니라 지금도 같고 앞으로도 같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죠. 그게 바로 민족의 원형질이고 동시대를 사는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입니다. 우리가 식민지, 전쟁, 분단, 냉전을 겪으며 공통의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면 이 상처를 해결하는 길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김 이사장은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려면 나부터 평화로워야 한다"면서 "명상, 순례 등으로 평화의 감성과 지성과 영성(靈性)을 키우자"고 역설했다.
그는 2016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서울 광화문광장 등지에서 펼쳐진 촛불집회에서 희망을 발견했다고 털어놓았다. 주요 촛불집회마다 빠짐없이 참석한 김 이사장은 당시의 풍경을 역사풍속화 기법으로 화폭에 담아 '촛불작가'로 불리기도 했다. 10여 점의 촛불집회 그림은 제주도립미술관 등에서 전시됐고 달력으로도 꾸며졌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가 지구촌의 마지막 냉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전환하려 하고 있습니다. 촛불집회는 인간의 본성, 감성, 지성, 영성이 어우러져 이뤄낸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여정에 운전자 역할을 하게 된 것도 촛불시민 덕이죠. 대한민국 시민의 평화 역량이 한반도 평화를 넘어서서 세계 평화를 향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동북아평화연대도 역사적 전환기의 시민평화운동 대열에서 한몫하도록 힘쓰겠습니다."
hee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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