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바꾼 우버…"택시와 손잡고 한·일·홍콩·대만 뚫겠다"
'전쟁' 불사하던 공격적 패턴 벗어나 '협업' 중시로 선회
"택시 협업 모델 성공하려면 P2P 차량공유 금지하는 법개정이 관건"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차량공유업체 우버는 지난 10년간 전 세계 거의 모든 시장에서 택시와 싸우며 시장을 개척했다.
자가용 영업을 하는 우버와 기존 택시업계는 양립 불가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사활을 건 싸움에서 우버가 이기면 택시는 사라져 갔다. 반면 택시가 강한 도시와 국가에서는 우버의 진출이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런데 최근 택시와 공격적 경쟁을 해오던 우버의 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다. 트래비스 캘러닉 공동창업자 겸 CEO가 물러나고 다라 코스로샤히 CEO 체제가 들어서면서부터 생긴 변화다.
바니 하퍼드 우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열린 '운송의 미래 미디어 서밋'에서 "우리는 북아시아 지역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앞으로 경쟁이 아닌 협업을 통해 시장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미디어 서밋에는 한국, 일본, 대만, 홍콩 등 동북아시아 지역 4개국 기자 20여 명이 초청됐다.
모두 차량공유 사업이 불법인 국가들이다.
전 세계 70여 개국에 진출해 있는 우버에 이들 4개국은 가장 뚫기 어려운 시장 가운데 하나다.
대중교통이 잘 발달해 있고 택시 노조 등의 파워가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의 경우 '우버 블랙' 영업을 하고 있지만, 비싼 콜택시 수준이다. '우버 쉐어'라는 출퇴근용 카풀 앱이 지난해 9월 출시됐지만, 이 역시 강남 일부 지역에서 실험적으로 운용되고 있을 뿐이다.
좀처럼 뚫기 어려운 북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우버가 택한 것이 '택시와의 협업'이다.
하퍼드 COO는 "앞으로 택시회사 및 북아시아 정부와 함께 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버 관계자는 지난 1월 싱가포르에서 출시된 '우버 플래시'가 향후 북아시아 지역의 사업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버 플래시는 우버 자가용 차량과 일반 택시를 모두 부를 수 있는 상품이다. 다만 우버 플래시에 참여하는 택시는 미터기를 끄고 우버 앱을 통해 책정된 요금을 받아야 한다.
데미안 카삽기 우버 공공정책담당 책임자는 "싱가포르에서 우버 플래시가 실시된 후 한 달여 동안 우버에 참여한 택시 운전자들의 수입이 19% 올랐다는 통계가 있다"고 말했다.
일률적인 요금을 받는 미터기 대신 우버의 탄력요금제를 적용해 러시아워 시간에는 비싼 요금을 받고 손님이 뜸해 빈 차로 다니는 시간대에는 싼 요금으로 손님을 끌어들여 오히려 수입을 늘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우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긴 어렵지만, 한국 정부나 택시업계에서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퍼드 COO는 "우버가 대도시의 교통량 해소와 환경 개선, 주차공간의 효율적 활용에 공헌하고 있다는 여러 보고서가 나와 있다"면서 "각국 정부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 자신들의 도시를 변화시킬 기회로 만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버의 꿈이 현실로 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높다.
기존 택시업계와 택시 운전자 노조의 반 우버 정서를 극복하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다. 설사 이들을 설득한다 해도 한국 등 북아시아 4개국은 대부분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을 금지하는 법(한국의 경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을 갖고 있어 이 법이 바뀌지 않는 한 우버 영업은 불법이다.
우버의 북아시아 홍보를 총괄하는 최유미 이사는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는 P2P 라이드 쉐어링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을 개정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일단 4차산업 혁명위원회 등에서 다 같이 모여 얘기를 시작하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n020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