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의 北 예술단 공연 곧 시작…관객 "가슴이 뛴다"
공연 앞두고 점심부터 관객 모여…보수단체 반대집회도
(강릉=연합뉴스) 이종건 이영재 기자 = "지금 기분이요? 많이 기대되죠. 가슴이 뛸 정도랍니다."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보러 8일 오후 강릉아트센터를 찾은 이금란(56) 씨는 공연장 입장을 위해 줄을 서 기다리던 중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강릉에 사는 이 씨는 이날 언니와 함께 공연을 보러 왔다.
이 씨는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보는 것은 평생에 한 번밖에 없는 기회일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씨 자매보다 조금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던 유창문(46) 씨는 아내와 어린 아들 2명과 함께 서 있었다.
충북 증평에서 차를 타고 왔다는 유 씨는 "아들들에게 북한 사람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한 민족이라는 것을 가르쳐주려고 데리고 왔다"고 힘줘 말했다.
경기도 의왕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온 정지혜(29) 씨는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꼭 보고 싶었는데 운 좋게 당첨됐다"며 "너무 설렌다"고 털어놨다.
한파가 누그러졌지만, 이날 오후 강릉 지역 기온은 영상 2도로 다소 쌀쌀했고 약간의 바람이 불어 체감 기온을 떨어뜨렸다.
북한 예술단의 공연은 오후 8시에 막을 올리지만, 먼 곳에서 온 일부 관객은 추운 날씨에도 점심 직후인 오후 2∼3시부터 강릉아트센터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국내 언론과 외신 취재진도 일찌감치 모여들어 이번 공연에 대한 국내외의 큰 관심을 반영했다.
북한 예술단의 방남 공연은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예술단의 공연 레퍼토리에는 'J에게',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사랑의 미로' 등 한국의 유명 대중가요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아트센터로 들어오는 도로에 설치된 육교 밑에는 보수단체 회원 등 100여 명이 모여 북한 예술단의 방남 공연 반대집회를 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온 이들은 군가 등을 불렀고 특별한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강릉아트센터 주변과 인근 도로에 경력을 배치했고 강릉아트센터 앞 주차장에 게이트를 설치해 관람권을 가진 사람만 들여보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수십 명은 경찰이 설치한 게이트 앞에서 한반도기를 흔들며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지지했다.
북한 예술단은 지난 6일 여객선 만경봉 92호를 타고 강원도 동해 묵호항에 도착해 강릉아트센터에서 공연 연습을 해왔다. 공연 당일인 이날도 아침부터 강릉아트센터로 와 최상의 공연을 위한 연습에 매진했다.
이들은 강릉 공연을 마치면 서울로 이동해 11일 국립극장에서 공연하고 북한으로 돌아간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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