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신경쓰이네'…정부, 금강산에 정유제품 반출 '고심'
금강산공연 전력·난방용 경유 필요…제재강화로 정유제품 대북 반출 까다로워
美는 독자제재로 정유제품 이전 '봉쇄'…당국자 "美와 사전 논의할 것"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백나리 기자 = 남북이 내달 초 금강산에서 개최하는 합동문화행사와 관련, 정부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의식해 북한으로 정유제품을 가져가는 문제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28일 "북한에 문화행사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책임져달라고 말했지만, '남측이 지은 시설이어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결국 전력은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유엔 제재와 미국의 독자제재 등이 있어 정유제품을 북한으로 가져가는 것이 과거보다 상당히 까다로워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남북은 올림픽 개막 전 북측 금강산 지역에서 남북 합동문화행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 행사는 내달 4일 '금강산문화회관'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과거 현대아산이 금강산관광 시절 사용했던 발전기가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발전기에는 경유가 연료로 사용된다.
문제는 경유를 북한으로 가져가는 일이 과거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2015년 10월 금강산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만 해도 문제없이 경유를 가져갔지만 이후 대북 제재가 크게 강화됐다.
우선 지난해 12월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정유제품의 대북 공급량이 연간 50만 배럴로 정해졌다.
아직 연초라 이번에 경유를 가져간다 해도 상한선을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에 필요한 경유는 약 1만ℓ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대북 정유제품 공급량이 상한선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면서 "검토 결과 북한으로 경유를 반출했다는 점을 추후 안보리에 보고하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유엔 제재 못지않게 신경 쓰이는 부분이 미국의 독자제재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서명한 '북한·러시아·이란 패키지법'에 따라 대북 정유제품 이전을 전면 금지했다.
우리가 미국의 독자제재를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동맹국의 제재를 무시하고 북한에 정유제품을 반입했다가는 제재 이완 논란과 함께 한미 간 불협화음에 대한 우려까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당국자는 "기본적으로 공연에 필요한 연료이며, 사용하고 남은 것은 당연히 가져올 계획"이라며 "그렇지만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미국 측과 사전에 긴밀하게 논의한 뒤에 반출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안보리 제재가 워낙 촘촘하게 이뤄지고 있는 데다 미국 등이 독자제재도 하고 있어 공연을 위한 각종 장비도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지 꼼꼼하게 따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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