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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1강시대'…"자민당은 필요없다?"
'관저주도'에 당내 불만 고조 불구, '공개적 이의제기' 움직임 없어
전문가, "글로벌화 가속으로 앞으로도 계속 전망", 당 '정책제안' 강화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총리) 관저주도", "정고당저(政高黨低)"
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권 출범 이래 일본 정·재계와 관가에서 일본의 정치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할 때 자주 쓰이는 말이다. 당 공식기구를 제쳐 놓은 채 주요 정책이 총리관저 주도로 결정되는 상황을 꼬집는 말이다.
유력한 경쟁자가 없는 아베 총리 1강 체제가 5년여 동안 이어지면서 요즘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가 "이대로 가면 자민당은 필요 없다"는 목소리가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현재 상태라면 자민당은 필요 없다. 잘못된 거다"
일본 집권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직후인 작년 11월 당내 소장파의 기수로 꼽히는 고이즈미 진지로(小泉進次?) 수석부간사장이 공개적으로 한 말이다. 고이즈미 의원은 아베 총리가 총선공약으로 내건 유아교육 무상화 재원의 일부를 부담해 달라고 경제계에 요청하자 당내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방침을 정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당내에서는 중의원을 해산하면서 아베 총리가 당과의 논의절차 없이 "소비세의 용도를 변경해 유아교육 무상화에 쓰겠다"고 선언하자 불만이 나오던 터였다. NHK에 따르면 당내 각료 경험자도 "고이즈미 의원이 화가 난 걸 이해한다"며 동조하는 분위기다.


자민당내에서 이렇게 불만이 나오는 건 정책 결정과 관련한 당과 정부의 관계가 변했기 때문이다. 자민당 정권에는 국회에 예산안이나 법안을 제출하거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정부가 당 정무조사회 등의 심사과정을 거쳐 당의 양해를 얻는 "사전심사"제도가 있다.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미리 의견조정을 함으로써 이후 국회심의 등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제도다. 전에는 이 시스템을 통해 분야별 사정을 잘 아는 이른바 "족(族)의원"이 관계 이해단체 등과의 조정에 나서 발언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당이 정책 결정을 주도해 정부에서 시행하도록 압박하는 "당고정저(黨高政低)"로 일컬어지던 시대의 이야기다.
그러나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 출범 이후 총리 직속 기구로 설치된 "경제재정자문회의" 등을 이용, 총리관저가 정책 결정을 주도하는 경향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급격한 국제정세와 세계 경제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총리의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필요를 반영한 것이었다. 개혁의 일환으로 "족의원"의 영향력을 배제하려는 계산도 있었다. 정부와 여당의 역학관계가 '당고정저'에서 정부=총리관저가 주도하는 '정고당저'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관저주도형 정치는 아베 총리의 독주를 의미하는 '아베 1강'체제가 장기화되면서 한층 강화됐다.
대표적 사안은 3년 전 소비세율 경감세율 도입을 둘러싼 세제개편 논의다. 아베 총리는 경감세율 도입에 부정적인 노다 다케시(野田毅) 당 세제조사회 회장을 미야자와 요이치(宮?洋一) 의원으로 교체하면서까지 도입을 서두르라고 지시했다.
이후 경감세율 적용 대상품목 등도 총리관저의 뜻에 따라 결정됐다. 세제조사회는 정무조사회의 한 기구지만 조세제도는 각 업계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일부 의원이 전문지식을 내세워 절대 권한을 행사하거나 현직 총리도 함부로 끼어들지 못하는 "성역"으로 꼽혀왔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의 당시 조치는 "성역없는 관저주도"로 당내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작년 말 세제개편 논의과정에서도 소득세 증세 대상 범위와 관련, 자민당 측이 일단 정한 방침이 연립여당인 공명당을 배려하려는 총리관저의 강한 의지 때문에 수정되기도 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당내 중진의원들에게서 "총리관저가 조세문제까지 멋대로 하다니…."라며 불평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의 의견이 정책 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도 내부적으로 들끓고 있다.
그런데도 내놓고 '관저주도'에 이의를 제기하는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는다. 당 의사결정 기구인 총무회에서 비판적인 발언을 마다치 않는 무라카미 세이치로(村上誠一?) 전 행정개혁담당 장관은 선거제도가 관저주도를 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선거구제가 되고부터 공천과 인사권을 당 집행부가 장악하는 바람에 바른말과 속내를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치열한 논의를 거치면서 여러 차례 제동을 걸어야 할 사안들이 노마크로 통과되는 바람에 관저주도로 나온 정책을 검증하거나 수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한다.
자민당의 한 중진의원은 과거 야당에 정권을 내준 경험을 고려할 때 "당내의견 대립이나 이론은 유권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갑론을박하기보다는 당이 결속해 신속하게 시행하는 편이 국민의 이해를 얻기 쉽다는 설명이다.
일본 정치제도를 알 아는 노나카 나오토(野中?人) 가쿠슈인(學習院)대학 교수는 글로벌화와 기술혁신 속도가 빠른 현대사회에서는 '관저주도'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자민당도 그동안의 "사전심사"를 통한 정책 결정 참여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정책제안을 하는 등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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