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엔 흐름 엇갈려…유로존·일본 금리인상 속도차 반영
이번주 BOJ·ECB 통화정책회의서 금리 힌트 나올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일본과 유로존의 금리 인상 속도가 차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엔화와 유로화의 향방이 엇갈리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1일 보도했다.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가치는 지난 1년간 14% 오른 반면에 엔화 가치는 2% 미만의 상승에 그쳤다. 무역량에 가중치를 둔 주요 통화 바스켓을 기준으로 하면 엔화 가치는 실제로 같은 기간에 오히려 하락세를 보인 상태다.
마이너스 금리, 경제성장률의 강한 회복세는 일본과 유로존 경제의 유사한 부분이다. 하지만 엔화와 유로화의 가치가 이처럼 다른 흐름을 보이는 것은 유로존의 금리 인상이 일본보다 빠를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반영한다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지적이다.
유럽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아문디의 안드레아스 쾨니히 글로벌 외환부장은 유로존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유로화에 힘을 실어주는 반면에 일본은행(BOJ)은 정상화에 나서는 중앙은행들의 대열에서 가장 끝에 있는데 만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BOJ는 이번 주에 개최할 정책회의를 통해 금리 정책에 대한 모종의 힌트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유로화와 엔화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것이다.
ECB와 BOJ는 이미 채권 매수 프로그램의 규모를 축소했지만 마이너스 영역에 있는 금리는 인상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시장에서는 금리가 인상된다면 일본보다 유로존에서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금리 기대감의 지표로 활용되는 파생금융상품인 유로 오버나잇 지수 스와프 3년물의 금리는 2017년 이후 0.23% 포인트 올랐다. 이는 투자자들이 전망하는 향후 3년간의 금리 인상 횟수가 종전보다 1차례 더 늘어났음을 뜻하는 것이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이 파생금융상품의 금리가 겨우 0.06% 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경제성장률 회복에도 BOJ가 현행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 관측임을 가리키는 것이다.
BOJ가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것은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목표치인 2%에 한참 미달하는 0.7%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본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스미토모 미쓰이 신탁의 기타쿠라 가츠노리 전략가는 "물가상승률이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경제 여건은 물가상승률을 가속화할 만큼 강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물론 유로존도 2%에 근접한 물가상승률 달성이라는 목표를 번번이 놓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유로존의 근원 물가상승률은 1.1%이며 ECB는 2020년까지는 1.8%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BN암로 은행의 알리네 쉴링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과 같은 유로화의 강세가 ECB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0.1~0.2%포인트 낮추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로화 상승에 따른 수입 물가 하락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로화의 강세는 수출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탓에 주식시장에는 악재다. 유로존의 주가 상승률이 일본과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은 수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부분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유로 스톡스 지수는 지난 1년간 14% 올랐지만 일본의 닛케이225 지수는 같은 기간에 26% 뛰었고 미국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24% 올랐다.
UBS은행에 따르면 무역 가중치를 감안한 유로화 가치가 10% 상승할 때마다 유럽 상장기업들의 주가는 6%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년간 유로존의 수출은 약 5%가 증가해 유로화 강세로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 증가율은 이보다 높은 11%에 달했다.
시장에서는 일본보다 유로존이 먼저 금리를 올림으로써 유로화와 엔화가 가는 길이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자료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CFTC에 따르면 유로화의 강세를 점치는 척도인 유로 외환선물 거래의 순매수 포지션은 기록적인 수준에 근접하고 있고 엔화에 대해서는 하락을 점치는 포지션이 우세하다.
일본 노무라 증권의 애널리스트들은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오는 연말에는 달러당 120엔까지 떨어지고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가치는 올해도 강세를 지속해 1.3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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