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브라질 간판 항공기업체 인수 추진…에어버스 도전에 맞불
세계3위 민항기 제작사 '엠브라에르'와 협상중…브라질 정부 '난색'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 보잉이 브라질의 항공기 제작회사 엠브라에르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과 블룸버그 등 외신들이 21일 보도했다.
보잉과 엠브라에르는 이날 공동으로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인수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를 확인했다. 두 회사는 인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브라질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보잉은 엠브라에르 측에 현재의 시가총액 37억 달러에 상당한 프리미엄을 얹은 인수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엠브라에르는 지난 1969년 국영 항공기 회사로 설립돼 보잉과 에어버스에 이어 세계 3위의 민간 항공기 제작회사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994년에 민영화됐으나 주권이나 안보상의 이유로 인수 시도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
비록 최근 수년간 브라질을 뒤흔든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이미지를 구기긴 했지만 엠브라에르는 원자재 수출국인 브라질로서는 국가적 자존심, 효율, 혁신을 상징하는 간판 기업으로 남아있다.
이 때문에 브라질 정부는 이미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일간지에 따르면 외신 보도가 전해지자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은 국방장관과 공군참모총장을 만나 이 회사의 경영권 변동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보잉 측은 브라질 정부의 환심을 얻기 위해 엠브라에르를 인수하더라도 이 회사의 브랜드, 경영진과 일자리를 유지할 용의를 밝히고 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보잉이 인수에 성공한다면 1997년 미국의 멕도널 더글러스를 사들인 이후 최대어를 낚는 셈이며 또한 숙적인 에어버스의 도전에 맞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하게 된다.
에어버스는 지난 10월 캐나다의 항공기 회사인 봉바르디에가 개발한 소형 여객기 C시리즈 사업의 과반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보잉 측의 심기를 건드린 바 있다.
보잉과 에어버스는 지금까지 대형 여객기 시장에 주력하면서 100인승 이하의 여객기 시장은 줄곧 외면해왔다. 개발비는 대형 여객기와 비슷하지만 마진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보잉이 현재 제작하는 최소형 여객기는 130인승이다, 에드워드 존스 증권사의 제프 윈다우 애널리스트는 "보잉은 주요 시장들을 커버하는 매우 단단한 민항기 사업을 갖추고 있지만 이 회사의 포트폴리오에서 이 부문은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엠브라에르는 주로 70인승과 100인승 여객기를 제작하고 있다. 이 기종은 보잉과 에어버스의 여객기가 필요치 않은 노선들에서 집중적으로 운항하고 있다.
소형 여객기 시장은 캐나다와 브라질 외에도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새로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보잉이 엠브라에르를 손에 쥔다면 이 시장에서도 에어버스와 함께 과점 체제를 구축할 공산이 크다.
보잉은 지난 20년간 소규모의 인수를 통해 민항기와 군용기, 우주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고 덩치를 키우기 보다는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들을 만족시키고 있을 뿐이었다.
버티컬 리서치 파트너스의 로버트 스탤러드 애널리스트는 엠브라에르에 대한 인수 시도는 보잉이 최근까지 시큰둥해 했던 에어버스의 소형 여객기 전략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관측통들은 미국의 세제개편안 덕분에 많은 기업이 인수·합병(M&A)에 나설 실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고 이 가운데 보잉을 최대 수혜자의 하나로 거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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