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배 실종자 시신 찾은 날…관할 지자체 장기자랑 대회 '물의'
옹진군 7개 섬 자원봉사자 200여 명 에어로빅·댄스·난타 공연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충돌 사고의 실종자 2명이 시신으로 발견된 날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장기자랑 대회를 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7일 인천시 옹진군에 따르면 군 자원봉사센터는 지난 5일 오후 2시부터 3시간가량 '2017 옹진군 자원봉사자 대회'를 열었다.
매년 12월 5일인 '자원봉사자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옹진군 관할 7개 섬 자원봉사자 200여 명이 군청사에 모였다.
옹진군 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활동 기본법에 따라 옹진군이 사실상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센터 소장이 공무원 신분은 아니지만, 옹진군이 공개 모집을 통해 직접 채용한다.
옹진군은 지난해 인건비와 사업비 등으로 군 예산 7억5천만원을 센터 측에 지원한 데 이어 올해에도 8억4천만원을 보조했다.
당일 우수 자원봉사자에게 표창을 주고 조윤길 옹진군수 등이 기념사를 한 1부 기념식이 끝난 뒤, 2부 행사로 장기자랑 대회가 펼쳐졌다.
연평도 등 각 섬 자원봉사자 대표들이 팀을 꾸려 각각 에어로빅·댄스·난타·풍물놀이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옹진군청사 내 대강당인 '효심관'을 가득 채웠고, 일부 공연자들은 뿔 모양의 머리띠를 하고 춤을 추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행사가 열린 시점은 이달 3일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낚싯배 충돌 사고의 실종자 시신 2구가 사흘 만에 발견된 직후였다.
낚싯배 선창 1호 선장 오모(70)씨와 낚시객 이모(57)씨가 실종된 지 사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관할 지역에서 15명이 숨지는 대규모 해상 사고가 발생했는데 굳이 장기자랑 대회까지 열었어야 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옹진군의 한 공무원은 "행사 당일 청사가 시끄러웠고 동네 축제장 같았다"며 "영흥도는 초상집 분위기인데 군 청사에서 춤을 춘 꼴"이라고 지적했다.
옹진군 복지지원과 관계자는 "자원봉사자들이 하루 이틀 전 섬에서 나와 인천에 머무르고 있어 행사를 취소할 수는 없었다"며 "영흥도 낚싯배 사고 후 자원봉사자 대회와 관련해 센터 측과 협의했고 장기자랑까지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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