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증설 계획변경…제주하수처리장 위험수위 넘었다"
도의원, 제주시 하수처리 대책 마련 주문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 최대 규모의 제주(도두)하수처리장 증설 계획을 땜질식으로 처방해 주민들의 반발을 초래한 행정의 무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23일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를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의 잦은 계획변경을 추궁하면서 위험수위에 다다른 하수처리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김경학 의원은 "제주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은 항상 지적을 받아왔지만, 여전히 계획 중에 머물러 있다"며 "사실상 2014년부터 관련 사업에 대한 고민과 계획이 있었지만 도중에 계획이 계속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애초 제주하수처리장의 증설을 위해 1단계로 1일 4만t 처리 규모 증설 계획을 세운 데 이어 2단계로 1일 5만t 처리 규모의 설비를 추가 증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기존 시설을 모두 지하화하는 현대화 사업에 대한 계획은 작년 10월 이전에도 없었다"고 말했다.
도는 지하화를 통한 현대화 사업을 주민에게 약속한 뒤에 4만t 처리 규모시설은 단순히 증설하고, 5만t 처리 규모시설을 지하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주민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당시 주민들은 임기응변식 사업계획을 철회하고 기존 시설을 모두 지하화하는 현대화 사업계획을 이행하라며 거세게 반발, 지난 13일 상여를 매고 도청까지 행진하는 시위를 준비했다가 도청 관계자들의 만류로 그만두기도 했다.
김 의원은 "1일 13만t 처리 규모의 현 시설은 이미 2012년도에 위험수위를 초과해 기준치를 넘는 하수가 바다로 흘러들어 갔다"며 "하루라도 빠른 증설이 필요한데도 주민들의 편의를 고려한 계획을 미리 세우지 못하고 계획 수정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반복된 계획변경 문제는 상하수도본부의 잦은 인사이동 때문에 발생한다"며 상하수도본부장과 상수도생산관리과장, 정책시설과장 등 주요 보직자들이 5개월 정도 잠시 있었다가 인사이동되는 현 상황에서는 전문성도 책임성도 키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창남 의원도 "인구 1천만명의 경기도와 300만∼400만명의 광역시도 하수처리 대란이 일어나지 않았다"며 "제주시에서 하수처리를 못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안 의원은 "4만t과 5만t 증설 계획을 묶어서 9만t 처리 시설을 현대화하겠다고 한다면 13만t 규모의 현재 시설로 당분간 버틸 수밖에 없다"며 기준치를 넘는 하수를 하루빨리 분산해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태 행정부지사는 "지적받은 부분에 대해 유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도는 애초 제주하수처리장 4만t 설비 증설을 내년 11월에 착공할 계획이었으나 현대화 사업을 한꺼번에 시행하기로 함에 따라 착공이 늦어지게 됐다.
도는 광역하수도정비기본계획을 변경해 2020년까지 1단계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이어 2단계 사업 추진을 위한 행정절차를 이행하게 된다.
도내 하수의 60% 이상을 처리하는 제주하수처리장은 1994년 준공돼 24년이 지남에 따라 각종 설비 노후화로 되고, 유입 하수량이 꾸준히 늘어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내 하수처리장의 하루 평균 하수유입량은 2014년 17만2천900t, 2015년 18만5천800t, 2016년 19만5천700t, 올해 20만2천t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5.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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