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전문가 "독일이 북핵분쟁 해결 중요 역할 할 수 있다"
"이해관계 없고 평양에 대사관 있어 중재 역할 가능"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독일이 한국처럼 분단을 경험했지만, 한반도 주변 국가도 아니고 6자회담 참여국도 아니어서 북핵 문제 개입엔 한계가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지그마어 가브리엘 외무장관이 18일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되 무력이 아닌 협상으로 북한 체제 안전 보장 등 과감한 조처로 풀어야 한다며 중재에 나설 뜻을 재차 밝힌 것에 '말뿐인 호의'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이 북핵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독일의 한반도 전문가가 주장했다.
베른트 베르거 독일외교정책협회(DGAP) 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18일(현지시간) 일간지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 협상에서 중재자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베르거 선임연구원은 이날 가브리엘 장관이 북한의 핵무기 포기 대신 미·중·러 등이 참여하는 협상을 통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에 "좋은 방안이지만 새로운 게 아니며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그는 "그런 방안은 이미 6자회담의 일환으로도 얘기됐으나 문제는 미국이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라면서 "따라서 북한은 이젠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법적 구속력 있는 조치로 취하라고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 이후 북한은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토대인 '새로운 현상유지'(new status quo)를 만들려 핵무기로 자신을 보호하는 정책으로 전환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따라서 미국이 신뢰를 잃고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지금은 과거 2000년대에 제시했던 안전보장만으로는 더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일이 북핵 문제 해결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독일이 그 지역에 이해관계가 없다는 걸 북한이 아는 데다 북한에 대사관을 두고 있어 중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6자회담 등) 대화가 중재자 없이 늘 분쟁 당사자들 간에 직접 이뤄진 것에 결함이 있었다면서 이런 방식은 흔히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당분간은 중재자를 내세워 본격 협상을 위한 외교적 절차들(process)를 준비하는 일종의 전문가위원회 같은 걸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그 이후에야 남북한과 미국, 중국을 포함한 협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협상에 앞서 협상 수칙을 분명하게 정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독일이 역알을 할 수 있고 나아가 유럽연합(EU)의 틀에서 새로운 제안을 내놓는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게 비영리 정책 싱크탱크 '개입정책센터(EPC)의 소장도 겸하는 베르거의 주장이다.
그는 이란핵 협상의 경우 핵프로그램이 북한만큼 진전되지 않은 상태였는데다 늘 물밑협상이 이뤄지는 등 해결책을 찾기가 상대적으로 쉬웠으나 북한의 경우엔 상황이 달라 비교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가브리엘 장관이 언급한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같은 협의체가 북핵 출구찾기에 도움이 될 것이냐는 질문에 냉전시대에 있었던 CSCE나 전략무기제한협정 (SALT) 같은 플랫폼은 우선 대화 재개에는 도움을 줄 수는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유럽식 모델이 아니라 한반도의 현재 필요성에 최적화된 프로세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과거 북핵 협상들에서 헬싱키 프로세스와 유사한 안보협력조치들은 채택된 바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단순한 안보정책적 조치들 이상의 획기적인 분쟁해결 전략들이 더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헬싱키 프로세스는 1975년 미국과 소련, 유럽 각국 등 35개국이 핀란드 헬싱키에서 상호주권존중, 전쟁방지, 인권보호를 골자로 체결한 협약으로, 냉전 기간 서방과 공산권의 대화 무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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