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실수 때문에…우리은행, 우리종금 증권사 전환작업 중단
2007년 자본시장법 제정 후 관련 업무 재인가 누락
은행의 지주사 전환작업도 속도 못 내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증권사 전환을 진행하던 국내 마지막 남은 종합금융회사인 우리종합금융(우리종금)이 증권사 전환작업을 중단하게 됐다.
10년 동안 우리종금이 외환·장외파생 관련 업무를 하면서 금융당국에 받아야 하는 인가를 받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종금의 모기업인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우리종금의 증권사 전환 작업을 진행했다.
우리은행이 민영화된 후 지주사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과거 우리금융지주처럼 계열사로 증권사를 보유하기 위해서였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증권사를 인수하기에는 시간이 걸리고 새로운 증권사 라이센스를 받기에도 쉽지 않아 우선 종금사를 증권사로 전환한 뒤 금융지주가 완성되면 M&A를 통해 증권사덩치를 키우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금융지주 내 계열사로 있던 우리투자증권을 NH금융지주에 매각해 현재는 계열사 중 증권사가 없다.
그러나 우리종금의 증권사 전환 작업은 10년 전 실수가 문제가 되면서 발목을 잡게 됐다.
2007년에 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종금사는 장외파생상품 거래나 위탁매매주문 등은 할 수 없고 증권사의 업무 중 일부만 할 수 있으며, 금융투자업 관련 업무를 하려면 인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종금은 1994년 투자금융사에서 종금사로 전환하면서부터 종합금융사 법에 따라 외환·장외파생 관련 업무를 해왔지만, 이 업무를 계속 하려면 바뀐 법에 따라 금융당국에 관련된 겸업 업무 신고를 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이를 누락했고 지금까지 이어지다가 증권사로 전환하려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 전환 전에 법 위반에 대한 검사와 제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우리종금 측은 아직 검사 일정이 잡히지 않았고, 검사 시간과 재재 여부 및 제재 수위 결정 과정 등의 시간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는 증권사 전환 작업을 재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사와 제재 과정이 끝난다고 해도 증권사 전환을 장담하긴 어렵다.
이번 일처럼 증권사 전환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금융당국도 종금사를 증권사로 전환한 전례가 없어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종금사를 증권사로 전환하려면 사전에 각종 필요한 인가도 받아야 하고 검토해야 할 것도 많다"며 "종금사가 증권사로 전환된 사례가 없어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우리종금의 증권사 전환이 막히면서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달에 열린 '2017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우리금융그룹 함대 출범 준비를 위해 올해 하반기 은행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자"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하고 가계부채 대책 등 현안이 많아 금융당국에서 지주사 전환에는 신경을 많이 못 쓰는 것 같다"며 "금융당국과 공감대가 형성되면 증권사 확보 여부와 관계없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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