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아' 강원FC 조태룡 대표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파격적인 실험 펼쳤던 강원, 최근 마케팅과 성적에서 고전하며 진땀
최윤겸 감독과 작별하는 등 실험 성공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지난 2009년 2월 프로야구 서울 히어로즈는 파격적인 인사를 발표했다.
교보생명, 삼성생명 본부장을 지낸 금융인, 조태룡(53) 상무를 새 단장에 임명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당시 적잖은 야구인들은 야구에 문외한이라 할 수 있는 조태룡 신임 단장 선임 소식에 우려를 자아냈다.
그러나 조 단장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두지휘하며 히어로즈가 프로야구에 뿌리를 내리는데 한몫을 했다.
조태룡 단장은 작년 3월 또 한 번의 변신을 시도했다.
히어로즈 단장직에서 물러난 뒤 프로축구 K리그 강원FC 대표로 부임해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그는 작년 10월 경영 정상화 차원에서 비위 혐의 직원에 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하는 등 구단의 썩은 곳을 도려내는 작업을 펼쳤다.
K리그 클래식 승격 이후엔 지난 시즌 득점왕 정조국, 국가대표 공격수 이근호 등 정상급 선수를 쓸어담으며 전력 강화를 꾀했다.
조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대를 리모델링해 새 홈구장으로 활용했고, 구단 유니폼과 엠블럼 등을 교체하는 등 세밀한 부분에서의 변화도 신경 썼다.
강원은 조 대표의 지휘 속에 거의 재창단 수준의 과정을 겪었다.
비용은 많이 늘어났지만, 조태룡 대표의 철학은 흔들리지 않았다. 부족한 부분은 히어로즈에서 했던 것처럼 마케팅에서 메우면 된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펼치면 관중과 광고주가 늘어나고, 선순환 과정에서 강원 구단을 K리그 대표 명문 구단으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12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강원 구단은 비교적 고전하고 있다.
우선 관중 유치와 마케팅 활동에서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강원은 올 시즌 홈 13경기에서 한 경기 평균 2천40명의 관중을 모았다. K리그 클래식 12개 구단 중 최하위 수준이다.
동남아시아 관중을 끌어모으고 새로운 마케팅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베트남 출신 쯔엉을 영입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자금 문제도 있다. 강원 구단은 올 시즌 우여곡절 끝에 강원랜드로부터 2015년과 동일한 수준인 40억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최근엔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과 스폰서십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겨울 막대한 자금을 들여 국가대표급 선수를 다수 영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용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강원은 광주FC에 정조국 이적료 지급을 제때 하지 못하기도 했다.
강원은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다.
현재 홈구장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새 유치 도시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부족한 부분을 메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팀 성적을 위해서도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강원은 최근 5경기에서 1승 4패로 최악의 성적을 내며 6위까지 쳐지자 자진 사퇴 형식으로 최윤겸 감독과 작별했다.
일종의 충격파를 안겨 성적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인데, 이러한 자극이 선수들을 움직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강원은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지노선인 정규리그 3위 수원 삼성에 승점 7점 차로 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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