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학생 마약검사 논란…"'마약과 유혈전쟁' 확대 우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필리핀 정부가 대학생을 상대로 마약검사를 하기로 하자 인권 유린 비판을 받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유혈전쟁'이 대학캠퍼스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3일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대학 지원자와 재학생에 대한 필리핀 정부의 마약검사 의무화가 학생들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HRW는 "이 같은 마약검사는 지방정부와 경찰, 기타 법 집행 기관들이 대학 구내에서 마약 단속 작전을 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을 큰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 당국은 마약검사 결과를 학생 본인과 가족에게만 통보하고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인권 보호가 소홀한 필리핀에서 관계 당국이 검사 결과를 입수, 마약사범 단속에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작년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마약 단속 과정에서 벌어지는 '묻지마식' 마약용의자 사살이 대학캠퍼스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HRW의 주장이다.
앞서 필리핀 고등교육위원회(CHED)는 대학 지원자와 재학생에 대한 마약검사 방안을 승인했다. CHED가 대학들에 마약검사를 학칙에 반영·시행하도록 강력히 권고하는 형태로, 사실상 의무화로 해석된다.
대학들은 마약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은 학생에 대해 재활치료를 받게 하거나 입학 불허나 제적 등의 징계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학캠퍼스를 마약 무풍지대로 만들겠다는 것이 필리핀 정부의 구상이다.
그러나 HRW의 펠림 카인 아시아지부 부지부장은 "필리핀 정부는 학생들이 경찰 등에 의한 불법 처형의 표적이 되게 하지 말고 불법 마약의 위해성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리핀 전국학생연합(NUSP)은 "두테르테 정부가 학교에서 마약 단속 작전을 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학생들이 마약과의 유혈전쟁의 과녁이 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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