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예방접종 뒤 안면마비…법원 "국가가 보상해야"
"의학적 연관성 증명 안 되지만 시간·공간 밀접성 인정돼"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보건소에서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고 나서 안면마비 증상이 생긴 80대 남성에게 질병관리본부가 피해 보상을 책임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예방접종으로 인해 안면 마비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학적 보고가 없다 하더라도 보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에 사는 A(80)씨는 2013년 9월 3일 오후 4시께 서울의 한 보건소에서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았다.
그런데 그날 저녁부터 열이 나더니 급기야 왼쪽 얼굴에 마비 증상이 나타났다.
A씨는 국가 예방접종 업무를 총괄하는 질병관리본부를 상대로 진료비와 간병비 등의 피해보상을 청구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예방접종 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의를 통해 '예방접종과 증상 사이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며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예방접종 전 양쪽 귀 이명 증상과 얼굴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 등으로 병원에서 진료받은 전력을 문제 삼았다.
A씨는 질병관리본부의 결정에 불복,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이마저 기각되자 2015년 10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질병관리본부의 결정과 달리 법원은 1, 2심 모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행정1부(신귀섭 청주지법원장)는 2일 A씨가 질병관리본부장을 상대로 낸 예방접종 피해보상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재의 의학 수준이 예방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의 명확한 규명이나 완전한 방지에 이르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감염병 예방법에 따른 예방접종 보상 때 의학적·자연 과학적 인과관계 증명이 반드시 전제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폐렴구균 예방접종으로 인해 안면마비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학적 보고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방접종 뒤 A씨의 안면마비 증상이 나타나기 전 원인이 될 만한 다른 의심점이 없는 이상 예방접종과 문제의 증상 간 시간적·공간적 밀접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질병관리본부의 피해보상 거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약 4천700만원을 보상하라는 A씨의 청구에 대해서는 이 판결 이후 별도의 민사소송을 통해 지급 요청해야 한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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