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책임 물을 것"…22살 대학생 죽음에 슬픔·분노 빠진 美
트럼프 "北정권 잔혹성 규탄한다", 틸러슨 "나머지 3명도 석방하라"
"건강하던 청년이 왜…사망 원인 밝혀야", 외신 "북미 관계 악화 전망"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의 사망 소식이 미국 전역을 슬픔과 분노에 빠뜨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유력 정·관계 인사들은 물론 웜비어와 인연이 있는 주변 인물과 일반 시민들도 일제히 애도를 표하면서 북한 당국을 강하게 비난했다고 AP와 AF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웜비어의 사망을 보고받은 직후 공식 성명을 내 "북한에 의한 희생자를 애도하면서 미국은 다시 한 번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생에서 부모가 자식을 잃는 것보다 더 비극적인 일은 없다"면서 "오토의 가족과 친구들, 그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에게 배려와 기도를 보낸다"고 조의를 표했다.
미 국무부도 입장을 내 "웜비어의 죽음에 관한 뉴스를 깊은 슬픔 속에서 접했다"고 밝혔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가족에게 애도를 표한 뒤 "미국은 웜비어의 부당한 감금과 관련해 반드시 북한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북한이 불법 구금 중인 나머지 3명의 미국인을 석방할 것을 요구한다"고 압박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셀 수 없이 많은 무고한 남녀가 북한의 범죄자들 손에 죽어갔다"며 "웜비어의 죽음은 다른 누구보다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하던 청년이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진 이유에 대해 북한이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는 요구도 잇따랐다.
북한은 웜비어가 재판 후 식중독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린 뒤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지만 웜비어가 입원했던 신시내티 병원 측은 식중독 증거가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구타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북한을 수차례 다녀온 바 있는 빌 리처드슨 전 유엔 미국대사는 "웜비어가 억류돼 있는 동안 북한 외교관들을 20여차례 만났지만 그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며 "북한은 웜비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국제사회에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처드슨 전 대사는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며 북한이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은 물론 캐나다인 1명도 즉각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공화당 소속인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북한이 웜비어에게 한 짓은 반인륜범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하이오는 웜비어가 태어나 자란 곳이다.
케이식 주지사는 "그의 죽음은 북한 정권의 사악하고 억압적인 본질과 인간 생명에 대한 무시를 분명히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역시 오하이오를 지역구로 둔 롭 포트먼(공화) 상원의원은 "빼어난 젊은 오하이오 청년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웜비어가 다니던 버지니아대 테리사 설리번 총장은 유가족을 위로한 뒤 "웜비어를 알고 사랑했던 모든 이들이 그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했고, 웜비어의 고교 은사도 "너무나 그립다"고 밝혔다.
워싱턴을 근거로 한 비영리단체 '휴먼라이츠'는 성명을 내 웜비어의 사망과 함께 "수백만 명의 이름 모를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정권의 잔혹 행위를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신들도 웜비어 사망 소식을 긴급 뉴스로 전하면서 미국과 북한의 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NYT는 "그동안 북한에 억류됐던 여러명의 미국인 가운데 코마 상태로 귀국한 것은 그가 처음"이라며 "그의 죽음은 이미 긴장 상태에 있는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대북 정책이 매우 민감한 시기에, 특히 21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외교안보대화를 이틀 앞두고 웜비어가 사망했다"며 미·중 외교안보대화에서 대북 제재 논의가 최우선 이슈로 다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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