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버스 시달리며 사무실에 출근해야만 일할 수 있나요
신간 '디지털 노마드'
디지털 노마드 다룬 다큐멘터리 '원 웨이 티켓' 예고편[https://youtu.be/XXMnKEKPj3A]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거주 인구의 편도 통근시간은 평균 40분이 넘는다. 날마다 길에서 1시간 30분 가까운 시간을 쓰는 셈이다. 통근시간을 줄이기 위해 사람들은 서울로 몰린다. 서울의 집값이 비싼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의 직장이 서울에 있는 현실에서 직장과 가까운 곳에서 살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신간 '디지털 노마드'(남해의봄날 펴냄)는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모색하는 책이다. '디지털 노마드'는 정보기술의 발달로 장소에 제약받지 않고 원하는 곳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저자 도유진씨는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일하는 원격근무를 하면서 이미 디지털 노마드의 자유를 경험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무선인터넷과 클라우드 서비스 덕분에 사무실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음을 경험한 저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디지털 노마드로 살고 있고 이들을 채용한 기업들이 훌륭한 성취를 이루고 있음을 알게 됐다.
저자는 더는 디지털 노마드가 일부 IT 기업에서나 있는 특별한 현상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보통' 일상이자 우리 사회에도 곧 닥칠 미래임을 보여주자는 생각에서 디지털 노마드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책은 2년여간 세계 25개 도시에서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 70여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디지털 노마드의 현장을 생생히 보여준다.
디지털 노마드의 세계에서는 출퇴근하느라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필요도, 화장하거나 옷을 잘 차려입을 필요도 없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지 못해 전전긍긍하며 회사에서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휴가에 목을 매달며 살지 않아도 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전 세계의 인재를 채용할 수 있고 사무실을 얻지 않아도 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일하는 장소는 직원이 정한다. 집이 될 수도 있고 여행지가 될 수도 있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일하는 장소가 아니라 일을 잘하는 것이다.
얼굴을 맞대고 소통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미 바로 옆에 앉은 사람들과도 메신저로 대화하고 이메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사무실에 8시간 동안 앉아있다고 해도 웹서핑 시간, 점심시간 등을 생각하면 순수하게 사무실에서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은 실제 얼마 되지 않는다.
일부 정기·부정기적으로 직원들이 모이는 콘퍼런스나 워크숍 등을 열어 얼굴을 볼 기회를 마련하기도 한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회사가 지불하지만 1년 내내 사무실을 얻고 운영하는 비용보다는 덜 든다.
책의 내용은 저자가 찍은 다큐멘터리 '원 웨이 티켓'(one way ticket)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다큐멘터리 제작 역시 원격 협업으로 이뤄졌다. 25개 도시에서 68명의 인터뷰이를 찍은 화면 중 30∼40%는 저자가 직접 가지 않고 세계 각지에서 촬영한 영상을 전달받아 완성했다. 이 책 역시 저자는 대만에서, 책 디자이너는 서울에서 작업했다. 원고 작성부터 출간까지 스카이프와 메신저, 구글 드라이브를 사용해 원격으로 협업했다.
저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삶을 바꾸었던 것처럼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무실을 벗어나 일하고 살아갈 것"이라며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디에서 일하고 어떻게 살아갈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240쪽. 1만6천원.
zitro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