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대전현충원은 '졸업사진 명소'…고교생 발길 줄 이어
잔디밭·인공연못 배경 '찰칵'…'열린 보훈공원'으로 인기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지난 12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현충지 인근 잔디밭에 모인 여고생들은 손거울을 들고 연방 앞머리를 쓸어내렸다.
한때 검색어 1위를 오르내렸던 '헤어롤'과 고데까지 챙겨온 학생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옆에 있던 한 무리의 학생은 "여기 보세요. 하나, 둘, 셋!" 하는 사진사의 구령에 맞춰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양손으로 꽃받침을 하기 바빴다.
매년 5월 이맘때 대전현충원을 찾으면 쉽게 볼 수 있는 '졸사(청소년 사이에서 졸업사진을 줄여 부르는 말)'의 한 장면이다.
곳곳에 넓은 잔디밭과 아기자기한 산책로를 갖춘 대전현충원은 인물사진 명소로 잘 알려졌다.
한반도 모형으로 조성한 인공연못인 현충지 주변에는 따뜻한 햇볕 아래 풍성한 수목과 형형색색 꽃들로 가득해 졸업사진 촬영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올해에는 지족고와 한밭고를 비롯해 1천명 넘는 고등학생이 현충원에서 3년간의 고등학교 생활을 '찰나의 기억'으로 담았다.
학생들은 저마다 개성 있는 포즈를 취하거나 미리 준비한 소품으로 특색 있게 촬영하며 친구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지난해에도 대전고와 유성고 학생 등 2천여명이 현충원에서 졸업앨범의 한 페이지를 담아갔다.
유모(18)양은 "처음엔 현충원에서 졸업사진 찍는다고 했을 때 의아했는데 막상 와보니 주변이 진짜 예쁘다"며 "대전에 살면서 이번에 처음 온 게 부끄러울 정도"라고 웃으며 말했다.
실제 순국선열이 안장된 곳에서 졸업사진을 촬영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대전현충원 관계자는 "누구나 즐겨 찾는 도심 속 호국 공원인 만큼 크게 소란을 피우지만 않는다면 문제없다"고 13일 설명했다.
현충원도 더 많은 시민의 발걸음을 모으고자 보훈 둘레길을 개설하는 등 '열린 현충원, 밝은 현충원'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
대전현충원 측은 "안장자 유가족뿐 아니라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이 현충원에 자주 방문하면서 선열의 숭고한 뜻을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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