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로 번진 이-팔 갈등, FIFA 총회 앞두고 재점화
정착촌 6개 축구단 FIFA 규정 위배 여부가 쟁점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축구로 번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이 다음 달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를 앞두고 격화하는 양상이다. 이스라엘 점령지인 요르단 강 서안 정착촌의 이스라엘 축구단이 갈등의 원인이다.
팔레스타인축구협회는 정착촌의 이스라엘 축구단 활동이 타국 영토에서 축구단 창단을 금지하는 FIFA 규정에 위배된다며 이 문제를 공식 의제로 다뤄 주도록 FIFA에 요청한 상태다.
다음 달 9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리는 FIFA 소관 위원회와 10~1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FIFA 총회에 팔레스타인 측이 제기한 문제가 상정돼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스라엘축구협회는 비상이 걸렸다. FIFA가 서안 정착촌에서 활동하는 6개 축구팀에 대해 활동 정지 결정을 내리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외교력을 총가동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지난 18일 수십 개 재외 공관에 전문을 보내 이 문제가 FIFA 의제로 채택되거나 표결에 부쳐지지 않도록 주재국을 설득할 것을 지시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가 20일 보도했다.
외교부는 전문에서 "FIFA 총회가 (동·서예루살렘 경계인) 그린라인 위에서 활동하는 6개 이스라엘 팀에 대해 활동 정지 명령을 내리거나, 이스라엘에 대해 자격정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며 FIFA가 이스라엘에 불리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저지하라고 지시했다.
이스라엘 측 관계자는 안건이 표결에 부쳐지면 이스라엘로선 승산이 없다며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하레츠에 밝혔다.
그는 팔레스타인축구협회의 지브릴 라지브 회장이 정착촌 축구단 활동이 FIFA 규정에 위배되는지를 FIFA 소관 위원회와 총회에서 가려줄 것을 이미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측이 문제 삼고 있는 6개 팀은 서안 정착촌에 있는 세미프로 구단과 성인 및 어린이 아마추어 구단으로 모두 이스라엘 하위 리그에 소속돼 있다.
팔레스타인은 2015년부터 정착촌 축구팀을 문제 삼으며 FIFA에 결단을 압박해왔다.
FIFA 규정은 한 국가가 타국의 영토 안에 축구단을 창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그 축구단이 해당국의 동의 없이 자국 리그에 출전토록 허가하는 것도 금지된다.
팔레스타인 측은 바로 이 조항을 정착촌 축구단에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이 정착촌 축구단의 자국 리그 출전을 금지하지 않으면 이스라엘 자체가 FIFA의 자격정지 대상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 문제를 검토해온 FIFA 위원회의 토쿄 세활레 위원장은 조만간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다음 달 FIFA 총회에서 이 문제를 표결에 부칠지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FIFA가 팔레스타인 측에 안건 상정을 철회하도록 압박하거나, 소관 위원회가 자체 권한으로 의제에서 빼주도록 전방위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하레츠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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