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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회복이 이끈 성장…KDI, 3년5개월만에 성장률 상향(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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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회복이 이끈 성장…KDI, 3년5개월만에 성장률 상향(종합)

소비는 아직 '냉골'…보호무역 확산·가계부채·구조조정 '걱정거리'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경기가 회복됐다는 정부의 공식 평가가 나온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KDI가 성장률을 올려잡은 것은 이례적이다.

세계 경기가 회복되고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늘어나면서 경제 하방 위험이 줄었다는 것이 KDI의 시각이다.

그러나 KDI는 경기 회복세가 공고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소비 둔화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가계부채 문제, 기업 구조조정 때문에 가계와 기업 부문의 취약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면서 대외 여건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KDI는 보고 있다.



◇ 수출 회복세에 투자에도 온기…경기 회복 '청신호'



KDI는 18일 발표한 '2017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6%로 지난해 말 경제전망 때보다 0.2%포인트 올려 잡았다.

KDI가 그해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것은 201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KDI는 5월 전망에서 2013년 성장률을 2.6%로 제시했다가 11월 전망 때 2.8%로, 다음 해인 2014년 성장률을 3.6%에서 3.7%로 올려잡았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KDI 시각이 좀 더 낙관적으로 변한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완연하게 증가하는 탓이 크다.

작년 하반기만 해도 미약한 회복세에 그치던 수출은 작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5개월 연속 늘어나며 2011년 12월 이후 최장 기간 증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는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달 75억 달러로 사상 최대 수출 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다.

수출 확대는 세계 경제 회복과 맞물려 있다.

세계 경제는 교역량과 산업 생산이 완만하게 확대되고 경기 선행지수도 기준치인 100에 도달하면서 부진에서 점차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KDI는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되면서 수출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대외수요가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반도체 산업의 호황도 지속하면서 수출 물량이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금액 기준 수출입도 유가 상승으로 크게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수출이 잘 되니 투자도 덩달아 호조를 보인다.

설비투자는 올해 1∼2월 전체로 전 분기 대비 3.2% 증가했고 2월 건설투자도 전월보다 7.8% 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2월 제조업의 업황 경기실사지수(BSI)는 2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성장률 전망치가 오른 데에는 기술적인 요인도 깔려 있다.

지난달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성장률 잠정치는 0.5%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전기 대비 성장률 집계를 위한 발판 자체가 높아진 탓에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날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2.7%로 제시하며 불과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상향했다.



◇ 좀처럼 퍼지지 않는 온기…민간소비는 아직 냉골



그러나 민간소비의 증가세는 아직도 미약한 편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전기 대비 민간소비 증가율은 2분기 1.0%, 3분기 0.5%, 4분기 0.2% 등 갈수록 낮아졌다.

전년 동기로 보면 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1.5% 늘어나는 데 그쳐 2∼3%대를 기록한 1∼3분기보다 저조했다.

소비가 부진하면서 전년동기 대비 서비스업 생산도 지난해 4분기 2.1% 증가하며 3분기(3.6%)보다 성장률이 꺾였다.

소비가 뚜렷이 나아지지 않는 것은 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는 탓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월평균 명목 소득은 전년보다 0.6%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증가 폭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물가 인상을 반영한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은 오히려 0.4% 줄어 7년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 쳤다.

1천340조원 넘는 가계부채도 소비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가계부채가 전년 대비 사상 최대인 141조원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잡히지 않고 있지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인상하고 있는 터라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은 더욱 늘어날 공산이 크다.

최근 기업 구조조정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임금이 높은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자영업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등 고용의 질이 악화한다는 점도 민간소비에 부정적이다.

KDI는 이 때문에 올해 민간소비가 전년보다 2.0% 늘어 작년(2.5%)보다 증가율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으로 실질 구매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가계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시장 금리가 상승하고 있어서 소비 여력이 저하되고 있다"며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개별소비세 인하와 같은 소비 활성화 정책이 없어서 민간소비가 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는 등 대외 여건도 마냥 호의적이진 않다.

미국이 촉발한 무역전쟁에 각국이 경쟁적으로 나서면 최근 잘 나가는 수출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KDI는 성장률 상향조정이 경기 전반의 강한 회복 신호가 보이기 때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성장률 상향은 지난해 말 있었던 세계 경제 하방 위험이 상당 부분 완화했기 때문"이라며 "경기가 치고 올라가는 모멘텀이 생긴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porqu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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