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측 "최순실에 농락 당해…삼성 이용해 정유라 지원"
이재용 재판서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특검 진술 공개
"대통령, 정유라 지원 뒤 태도 바뀌어…승마발전, 순수 의도 아니었을 듯"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강애란 기자 = '비선실세' 최순실(61)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을 지원한 삼성 측이 최씨에게서 '농락당했다'며 억울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3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의 재판에서 공개한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진술서에 따르면 장 전 차장은 특검에 "최씨가 저희를 농락한 면도 있다는 점을 참작해 달라"고 말했다.
장 전 차장은 "최씨가 더 많은 돈을 지원받으려고 허위로 (승마 선수) 6명을 지원해 달라고 하면서 거액의 계약을 체결한 다음 운영 과정에서 선수 선발을 하지 않으면서 용역 대금 등을 계약대로 받아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진술했다.
또 "솔직히 정유라 지원이 아니었으면 삼성에서 독일 승마 훈련 프로그램을 시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최씨가 저희를 이용해 정유라 지원을 위장하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전 차장은 특검이 "그래도 최씨가 요청한 대로 해주지 않았느냐"고 묻자 "대통령께서 크게 화를 내서 바짝 얼어 있었기 때문에 최씨가 해 달라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처음 최씨가 6명을 지원해달라고 할 때 정씨만 지원하면 매우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특혜성 지원을 희석시키는 의미에서라도 차라리 그게 낫다고 생각해 요청대로 따라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박상진 전 대외협력담당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은 박 전 사장이 2015년 7월 말 독일에 가서 최씨 측근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를 만나고 온 뒤 회의에서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가 됐기 때문에 올림픽 대비를 명분 삼아 최씨가 원하는 대로 정씨를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는 논의를 한 것으로 나온다.
장 전 차장은 특검이 "대통령이 순수하게 승마 종목 발전을 위해 삼성에 지원하라고 한 건 아니라고 보는 건가"라고 묻자 "만약 대통령이 하신 말씀이 순수하게 승마 종목 발전을 위해서였다면 이재용 부회장을 그렇게 크게 질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7월 25일 이 부회장을 독대해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인데도 승마 지원이 많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이 부회장을 다시 면담한 자리에서는 '정유라를 잘 지원해줘 고맙다'고 인사했다는 게 특검 수사 결과다.
장 전 차장은 "저희가 정씨를 지원하게 된 이후 대통령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순수한 의도는 아니었을 듯하다"고 덧붙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같은 장 전 차장의 특검 진술에 대해 변호인 측은 "대통령이 한 번도 정유라 승마 지원 때문에 고맙다고 한 적이 없다. 삼성이 국가적으로 경제에 협조하고 있어서 포괄적으로 한 말"이라고 의미를 달리 부여했다.
'올림픽 대비를 명분 삼아 정씨를 지원하는 게 좋겠다'는 논의를 나눴다는 부분에도 "정유라 지원만 목적인 것처럼 특검이 말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정유라 지원을 가장하기 위한 건 아니었다"고 삼성측의 의도성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