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철강업계, 수입철강 관세폭탄 틈타 제품가격 대폭 인상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미국의 철강 회사들이 외국산 철강 제품에 고율의 수입 관세가 부과된 것을 기화로 제품가격을 속속 인상하고 있다.
11일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US스틸과 아르셀로미탈, AK스틸, 뉴코 등 미국 철강 회사들은 최근 몇 달간 주요 제품들의 가격을 최고 50%까지 올렸다는 것이다.
AK스틸은 지난해 탄소강 제품가격을 지난해 9차례나 올린 데 이어 올해도 3차례나 인상했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US스틸과 아르셀로미탈, 뉴코가 판매하는 철강제품 가격도 일제히 인상됐다.
제품가격 인상은 이들 철강 회사들이 수익을 늘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뉴코는 올해 1분기 주당 순익이 전년 동기보다 25센트 오른 1.10~1.15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철강 회사들의 대대적인 가격 인상은 고객 이탈을 초래해 결국은 철강시장의 회복세를 단명에 그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테네시주에서 철제 선반과 캐비넷을 생산하는 텐스코의 스튜어트 스파이어 사장은 철강 회사들이 지난해 10월부터 7차례나 가격을 인상해 t당 180달러를 더 줘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하고 "이를 우리 고객들에게 전가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미국의 철강 소비량은 올해 1, 2월에 전년 동기보다 9% 가까이 늘어났으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철강회사들이 수요를 오판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인 스틸 인사이츠의 베키 하이트 사장은 "수요는 괜찮지만 가격 인상을 뒷받침하는데 필요할 만큼 강력하지는 않다"고 말하고 올해 하반기에는 수요가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 인상에 부담을 받는 고객들이 수입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 국가들의 제품을 찾고 있다는 점도 미국산 철강제품의 수요를 위축시킬지 모른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중국산 일부 철강제품에 최고 500%의 관세를 때리는 등 수십개 외국 철강회사들에 정부보조금을 받거나 덤핑을 했다는 혐의로 철퇴를 가했다.
그 영향으로 미국 철강시장에서 수입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9%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25%로 감소했다. 하지만 고율 관세에도 불구하고 올해 1, 2월의 외국산 철강제품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2% 가량 늘어났다.
이에 대해 미국 철강연구소의 케빈 뎀프시 부회장은 "여전히 수십개 국가의 철강제품들이 무관세로 미국에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수입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 베트남산 철강제품의 수입량은 지난해 300%나 급증한 바 있다.
외국 철강회사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을 통한 우회 수출에 나선 결과라는 것이 미국 철강 회사들의 주장이다. 미국 철강 업계는 급기야 미국 상무부에 베트남산의 수입이 급증하는 배경을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철강회사들의 가격 인상으로 미국 제조업체들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미국산 제품의 수출 경쟁력 강화에도 차질을 줄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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