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전 국회의장 "대한민국에 법치 없다…권력이 바로 법치"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국내 정치 시스템상 법치주의가 정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전 의장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주최로 28일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가정책포럼-인수위 없는 차기 정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서 라운드테이블 토론회의 사회를 맡아 이처럼 말했다.
박 전 의장은 "말이 법치지 대한민국에 법치가 없다. 권력이 바로 법치"라며 "그런 인식을 먼저 가지고 접근해야 (시스템이) 시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이와 같은 발언을 하면 주위 사람들이 '권위가 없다', '지나치다' 등 반응을 보인다면서도 "기본적으로 행정 관료들이나 청와대, 대통령이나 (모두) 내가 지켜야 할 룰이 뭔가에 대한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학자들이 미국의 사례 등을 토대로 발표한 데 대해 "정치하는 사람들도 학문에서 많은 걸 습득해야겠지만 학문하는 사람들도 현실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시스템을 가지고 우리나라 시스템을 비교하고 얘기한다는 것은 성립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박 전 의장은 자신이 의장을 맡은 16대 국회의 임기가 끝난 2004년 언론 인터뷰에서 "17대 국회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소수는 다수에 복종하고 다수는 소수에 귀를 기울이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청와대와 대통령, 정부가 법치주의를 존중하면 나라가 바로 선다. 법치주의를 존중하고 포퓰리즘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박 전 의장은 이날 포럼에서 대통령 당선 후 100일간이 대통령의 인기와 정부의 성격을 좌우한다고 지적하면서 제대로 된 내각 구성없이 임기를 시작하는 새 정부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았던 문민정부의 사례를 들어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청와대 앞길을 개방하고 공직자 재산공개를 도입하는 한편 정치자금을 한 푼도 안 받겠다고 공약한 것이 모두 취임 100일 안에 이뤄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전 의장은 "집권 가능성이 있는 후보는 (새 내각 등을) 어떻게 출범하겠다는 것을 연구해 발표하고 국민의 동의를 얻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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