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말레이서 김정남 암살사건 독자조사 착수했다"
北요원들,인니 여성피고인의 지인 접촉…'정치적 음모' 주장도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공동 수사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북한이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독자적으로 사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싱가포르 뉴스 매체 채널뉴스아시아와 현지언론 등에 따르면 김정남 암살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여)가 거주했던 쿠알라룸푸르 외곽에서 최근 그의 지인을 찾는 북한 요원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미용실 점주는 "그들은 가게를 차례로 돌면서 시티 아이샤의 친구들을 찾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평양에서 왔으며, 정치적 음모를 조사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티 아이샤는 최근까지 이 지역에서 스파 마사지사로 일하다, 북한인 리지우(30)에게 몰래카메라 출연을 제의받고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은 지난달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이 살해된 사실이 공개된 이후 국제적인 논란이 일자 말레이시아 경찰에 공동 수사를 요구했으나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그런데도 북측이 독자적 조사에 나선 것은 자국에 '적대세력'이 이번 사건을 날조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수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측은 지금껏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란 인물은 존재하지 않으며, 사망자는 김정남이 아닌 '김 철'이란 이름의 평범한 북한 시민이라고 강변해 왔다.
특히 그의 사인이 심장마비로 인한 자연사라고 주장하면서, 맹독성인 VX 신경작용제를 시티 아이샤 등 여성 피고인들이 맨손으로 만졌다는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결과는 말이 안 된다고 말해 왔다.
김정남 암살 사건과 북한내 말레이시아인 억류 등 문제를 일괄 해결하기 위한 양국간 공식 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말레이시아가 실무접촉을 진행 중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런 움직임은 협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자료 수집일 가능성도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리지우는 현재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에 현광성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 등과 함께 은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정남 암살사건을 계기로 말레이시아가 북한의 동남아 첩보조직의 핵심 거점이란 의혹이 커지면서 말레이시아 국내에선 북한 관련 현지기업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일간 더스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서를 인용해 말레이시아코리아파트너스(MKP) 홀딩스란 기업이 합작투자 형태로 말레이시아 ICB금융 평양지점을 개설하는데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1964년 설립된 MKP 홀딩스는 북한인 무역상인 한훈일이란 인물이 운영하는 업체로 북한의 동남아 관련 사업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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